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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Feb 25. 2022

신학기와 상담자료

부모 점검 장치


곧 신학기가 시작됩니다. 2020년 3월의 어수선한 상황을 2022년에도 여전히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로나는 엄마의 삶도 무너뜨렸고, '돌밥돌밥'의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며, 소멸해야 마땅한.... 그러나 현실은 코로나와 계속, 함께여야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개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학사운영은 '신속 대응체계'를 명목으로 깜깜이고, 등교 일정이 나온 학교들조차 2주밖에 오픈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사일정에 변수가 많으니 보따리 강사인 저의 생활 역시 예측이 어렵고 임기응변적인 부분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계획되었던 수업이 없어지기도 하고, 대면 강의가 비대면 강의로 하루 전에 전환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겪었습니다. 갑자기 단축수업을 하게 되었다거나 8차시 강의를 4차시 강의로 확 줄여버렸던 일들도 당황스러운 기억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제가 겪었던 이런 일들이 '코로나' 한 마디에 다 양해가 되었습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운 시기임에도 입학을 앞둔 딸아이가 가져온 상담자료 설문지는 신학기의 신호로 여겨지며, 변하지 않고 지속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라 그런지 반가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라 그런가요? 설문의 내용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 가족관계, 재학생 형제자매, 특기, 취미, 교우관계, 선생님께 바라는 점까지는 비슷한데 추가 질문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네요.


-자녀의 매력과 긍정적인 점, 자녀가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과 가족 간의 의사소통은 평소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학생이 평소 가족과 트러블이 있다면 무엇과 관련된 것이고 보통 어떻게 해결하나요?

-자녀의 평소 학업 습관에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자녀의 평소 학업 습관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자녀가 현재 받고 있는 사교육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질문이 구체적이니 아이와 함께 한 시간들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아이의 현재 상태, 아이의 학습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역시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가장 효적인 방법이 '질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네요. 그럼 이제부터 물음에 답을 적어볼 차례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적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좀 포장하는 것이 좋을지 말이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되도록 내 아이에 대해 평이하게, 객관적으로 적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해석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때로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고, 유별나지 않은 행동을 크게 해석해서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닉 채터가 쓴 「생각한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의 자기성찰은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해석과 설명을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나의 말과 행동이 오늘의 생각을 만들고, 그것이 내일의 선례를 마련한다고도 했지요. 아이가 한 말과 행동을 부모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후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릅니다. 신학기의 상담자료는 부모인 우리를 성찰하게 하고, 아이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계획된 장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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