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분, 입학식은 잘하고 왔나요? 부모가 참석할 수 없어 쓸쓸한 입학식이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참석하지 않은 입학식을 훨씬 홀가분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바라보고, 쳐다보고, 감시하는 눈이 없으니까요. 교문을 들어가는 뒷모습을 볼 땐 애틋한 눈, 참관 수업에 가서 교실 뒤에 앉아 있을 땐 평가의 눈, 학부모 총회에 가서 내 아이 책상 서랍과 사물함 들여다볼 땐 한심한 눈, 이런 경험들 한 번쯤은 있잖아요. 엄마 눈만 있나요? 반 친구 엄마의 눈까지 때론 감당해야 합니다.
개학식이 끝나면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반 친구들과 학급 분위기는 어떤지, 구입해야 하는 준비물은 따로 없는지, 부모는 궁금한 것 투성입니다. 아이가 평소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라면 그것만으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아이들이 자랄수록 입도 함께 무거워지니 부모는 깝깝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엄마들끼리의 모임이나 단톡방은 계속해서 유지되나 봅니다. 물론 유익하고 필요한 이야기만 오고 간다면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모임도 왕왕 있어서 저의 경우는 이런 모임에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오늘 저녁식사 시간은 시끌벅적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와 중학교 2학년이 된 작은 아이는 서로 자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다른 반이 된 친구들 이야기, 동생의 교과별 선생님들에 대한 깨알 정보, 입학식에서 있었던 선배들의 전공어 인사에 대한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조잘댑니다. 아빠는 들으면서 웃느라, 밥 먹느라, 추임새 넣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작은 아이가 혼자 있을 때는 입을 잘 열지 않다가도 언니만 있으면 질세라 한 마디 더 보태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 아빠랑만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가끔 놀라곤 합니다. 만약 사춘기의 내 아이가 영 입을 열지 않는다면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밖에서 만나 맛있는 간식을 함께 먹어보세요. 분위기가 바뀌고, 맛있는 음식이 함께하면 우리 아이도 수다쟁이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 매일 꾸준히 글을 올리고는 있지만, 오늘따라 유독 유입 키워드에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포털에 검색하다가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자녀를 키워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몇몇의 교과를 제외하고는 담임선생님이 거의 모든 수업을 소화하십니다. 그러나 중학교는 조회와 종례, 그리고 해당 교과 수업이 있을 때만 담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입장에서 볼 때 기본적인 서류 자료를 제외하면, 학생 상담과 학부모 상담을 통해 얻은 정보가 사실상 전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중학교 상담은 반드시 하시길 권합니다.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학교는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진로담당 선생님이나 보건담당, 전문 상담 선생님께도 상담을 요청할 수 있으니 자녀의 건강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들은 추가 상담을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 상담은 자녀의 관심분야와 진로 희망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시게 될 것입니다. 자녀가 1학년이라면 자유학년제에서 실시하는 진로탐색 활동이나 주제선택 활동으로 무엇이 좋을지도 미리 선생님과 상담하고, 자녀와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서활동기록도 교과목 별로 따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체크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드릴 수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도 교우관계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달리 모든 일에 선생님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선생님이 알 정도라면 이미 사건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상담 시 자녀의 성향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반에서 내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선생님이 알고 있다면 친구의 성향은 어떤지도 물어보세요. 사춘기의 자녀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진학 상담은 2학년에 꼭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3학년 1학기에 해도 늦지는 않지만, 저의 경우 2학년 1학기 성적이 나온 후 2학기 상담 때 아이의 교과별 성취도를 바탕으로 문이과 성향과 취약과목에 대한 보완 방법 등을 상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녀의 관심 분야가 명확하다면 특성화 고등학교나 영재고, 그 밖의 특수 목적 고등학교로의 진학도 고려해 볼 수 있는 만큼 반드시 2학년 2학기에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된 상담을 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특히 성적 외에도 봉사활동, 수상경력, 임원활동 등이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3학년 1학기보다는 2학년 2학기에 미리 상담을 해보신 후 자녀와 함께 여유를 갖고 진학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라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춘기의 자녀는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이가 도움을 요청해 올 때까지 부모는 그저 지켜보며 기다리면 됩니다. 하지만 또 손을 내밀면 언제든 잡아주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