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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Jan 06. 2023

코딩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들이밀지는 말고, 슬쩍 한 번 검색해 보시죠?


겨울방학도 졸업식도 요즘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일정이 상당히 자유로워졌습니다. A학교는 1월 초순까지 등교하는 대신 2월 말까지 쭉 방학이고, B학교는 크리스마스 즈음 이미 방학을 시작했지만 1월에 개학이 끼어있고, 며칠 가지 않아 다시 봄방학을 길게 갖는 것처럼요. 졸업식은 또 어떤가요? 이미 졸업식을 한 학교도 있고, 1~2월 중에 졸업식이 예정된 학교들도 많습니다. 예전처럼 졸업식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지 않으니 졸업식을 마치고 짜장면 한 그릇 먹기가 전보다 수월해졌고, 부르는 게 값이던 꽃다발 가격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기야 요즘 같은 물가 고공행진에는 꽃다발마저 생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모두 B학교처럼 크리스마스 직후 방학을 맞았고, 며칠 동안은 늦잠도 자고 놀먹하면서 방학답게 뒹굴었습니다. 물론 저는 열심히 삼시 세끼(라 쓰고 '쉐끼'라 읽습니다)를 새끼들이 먹고 싶다는 것으로 대령하느라 바쁘게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바쳤습니다. 이래서 방학의 다른 말은 엄마 개학인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작은 아이가 어쩐 일로 방과후 수업을 한다고 신청했지 뭡니까? 그 바람에 월요일부터 오전 시간 동안 학교에 가있고 큰 아이는 딱 일주일의 휴가를 만끽하고, 수요일부터 다시 자율학습이 시작되어 아침 7시 반에 학교를 갔으니... 오호~~ 방학이지만 저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단 몇 시간이지만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너무 솔직했나요?)


작은 아이가 방과후로 신청한 수업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교육반'. 코딩을 해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이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보겠다고 신청한 작은 아이에게 넌지시 "방학에 아침 9시까지 매일 가는 게 쉬운 게 아닐텐데... 괜찮겠어?" 물으니 초간단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응"


그렇게 해서 나흘은 별 탈 없이 듣고, 오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한 번도 안 빠진 애는 나밖에 없어. 다 한 번씩 빠졌거든..."이라고 말해서 엄마, 아빠의 극찬을 한몸에 받았던 아이는 오늘 아침, 8시가 되도록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리며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겨우 달래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성공했는데 급기야 "엄마, 나 오늘 학교 안 갈래." 하는 게 아니겠어요? 어제의 아이와 오늘의 아이는 분명 같은 아이가 맞는데... 어제 아이가 자랑스럽게 했던 말이 실은 '나도 빠지고 싶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포장 되어 애매하게 표현되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렇습니다. 아이의 말은 꼭 확인이 필요한데 제가 그걸 또 놓친 것이죠. 저는 아이가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그저 기뻤습니다. 방과후와 함께 SW-AI 교육 캠프 '디지털 새싹' 프로그램(https://www.newsac-application.kr/)에도 신청하겠다고 관심을 보여서 인근 대학과 연계된 수업의 신청 링크를 찾아 마구 보내준 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아이의 자발성을 모른 척 기다렸어야 했는데 엄마의 오지랖이 또 한발 앞서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관심이 있는 것들은 들어가서 살펴보긴 한 것 같은데... 듣고 싶었던 강의는 마감이 되었다며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을 저도 억지로 권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의 자율성을 방해한 건 다름 아닌 저였기 때문이죠.

프로그램 신청 사이트: https://www.newsac-application.kr/
지역, 유형(집합형), 자녀 학령을 조건에 넣고 신청 가능한 캠프를 검색해 보세요

그래도 방과후 수업에서 코딩의 재미를 느꼈고, 본인이 코딩한 대로 로봇이 즉각 움직이니 성취감도 느낀 것 같고... 무엇보다 언니의 응원과 아빠의 지지와 엄마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답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원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려운 일임을 잘 알기에 작은 아이가 기특할 따름입니다.

카미블록으로 코딩해서 작동하는 카미봇
아빠는 바빠서 입으로 때웠답니다 ㅋㅋ
수많은 시행착오의 흔적들

아이의 관심이 쭉~~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꿀럭~~ (엄마의 욕심이 또 올라오고 해서 오늘은 이쯤에서 글을 접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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