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엔 여기저기 돈 나갈 일이 참 많습니다. 학교에 몇 번 등교하진 못해도 새 알림장, 새 연필, 새 지우개, 새 색연필, 새 가림판... 긴 방학 동안 발이 커져서 몇 번 신지 않은 실내화 마저 새로 마련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제 강의에서는 초등 5학년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의 학부모님께는 주요 과목의 교과서도 한 권씩 더 마련하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구입은 했지만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막막한 적은 없었나요? 그래서 오늘은 교과서로 예, 복습하는 방법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교과서는 참 잘 만들어진 책입니다. 특히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국정교과서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집필진이 모두 박사급이며, 교육학을 전공하신 베테랑 전문가님들입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받아오는 날이면 저는 거실에 교과서를 펼쳐놓고 좋아하는 과목의 책부터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훑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글자를 볼 거라 기대하지 마세요. 그냥 천천히 넘기면서 사진을 보고 '음~ 이런 내용을 배우는구나' 하고 흥미를 가지면 다행입니다. 학령이 높아지면 글자의 폰트가 작아지고, 내용도 많아져서 슬쩍 들춰보는 것만으로 겁을 먹는 경우가 많으니 싫어하는 자녀에게 강요하진 말아주세요.
저의 경우는 사회 교과서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네요. 갯벌 사진이 있으면 갯벌로 놀러 간 이야기, 옛날 나루터 사진이 나오면 나룻배를 탔던 이야기, 고인돌 사진이 나오면 고인돌이 있었던 박물관 이야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행에서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탔고, 그때의 기분과 날씨에 대해 기억나는 것들을 줄줄이 얘기하곤 했습니다. 예습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학습만화를 많이 읽어서인지 배경지식이 넘칩니다. 그래서 사진 한 장, 단어 하나에도 줄줄줄 지식을 뽐내기 바쁩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들어가면 강사 한 마디에 저마다 서너 마디씩은 보태서 수업 시간이 시끌벅적합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가 학습과 연결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글자를 읽는 아이가 있다면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거나 엄마 혹은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한 마디만 해주세요.
이제 수업을 듣고 난 후 집에 와서 교과서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우선 자녀가 배운 내용을 잘 찾아 펴는지 확인해 보세요. 선생님은 매시간 해당 단원과 학습 목표를 말씀하실 테지만 교과서만으로 수업을 하진 않습니다. 토론을 하게 하거나, PPT나 동영상, 퀴즈 맞히기 등 다양한 자료와 방법을 활용해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배운 내용에 해당되는 부분을 자녀가 금방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
배운 내용을 잘 찾았다면 목차 부분을 펴서 이 부분이 큰 목차에 어디에 해당되는지도 확인하게 도와주세요. 쓰기형의 친구들은 특히 이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해당 페이지의 내용을 읽게 합니다. 적어도 3번은 읽게 도와주세요. 1회독은 '오늘 이런 내용을 배웠지'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가볍게 읽습니다. 2회독부터는 정독합니다. 이때는 문단별 중심 문장을 찾게 도와주시면 좋습니다. 3회독은 학습목표의 답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정독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밑줄을 긋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책의 목차를 살펴보고, 3회독을 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큰아이와 할 때는 10분 정도면 충분했거든요. 그런데 작은 아이는 3회독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서 5회독을 기본으로 잡았습니다. 그래도 한 과목당 15분은 넘지 않았습니다. 정독을 마쳤다면 색이 다른 펜을 준비해서 중요한 키워드 혹은 암기가 필요한 단어에 네모칸을 그립니다. 그다음은 그 네모칸을 화이트로 지웁니다.여기까지가 그날의 복습입니다. 어렵지 않죠?
1~2회독에서 밑줄을 긋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 중요하다고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진짜냐고요? 실제 초등학생들의 모습입니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표시를 하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줄이 쳐져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자습서로도 충분히 복습이 가능하지 않냐고 묻는 부모님들도 계실 테지만 낯선 단어의 뜻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너무 많은 부가 설명이 들어있는 자습서는 결코 좋은 학습 자료가 될 수 없습니다.
네모칸을 화이트로 지운 다음에는 어떻게 하냐고요? 주말을 이용해서 지운 키워드나 단어를 채우게 도와주시면 됩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은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수업 직후 20분 이내에 절반에 가까운 기억이 사라집니다. 일주일 뒤에는 약 25%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고요. 그래서 주기적인 복습을 해주는 것이 좋은데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반드시 시간 차를 두고 반복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번에 나눠 분산학습하면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수업 후 집에 돌아와서 한 번, 그 주 주말에 한 번, 단원평가 때 한 번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교과서로 복습을 하면 빈칸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반드시 발생합니다. 그때는 교과서의 내용을 다시 읽고 답을 유추하게 도와주셔도 좋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답을 찾아오라고 하면 학교에서 한 번 더 교과서를 보는 효과도 있죠. 이렇게 되면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메타인지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인출의 다양한 방법 중 빈칸 채우기는 시험을 보는 학년의 경우 시험 대비용으로도 그만입니다. 문제집을 사실 거라면 저렴한 교과서를 구입하시고, 평가 문제는 e학습터의 들어가서 자율학습 메뉴의 자율 평가지를 생성해서 난이도별로 문항을 설정해서 풀어보게 해 주시면 됩니다.
메뉴>자율학습>자율평가>자율평가지 생성 (출처 : e학습터)
이것도 말로 하면 금방인 내용인데 글로 쓰니 길어졌네요. 저는 큰아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작은 아이는 초등 6학년 때까지 이렇게 교과서로 함께 공부했습니다. 주말 공부 힘들지 않았냐고요? 반발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TV 오전 내 실컷 보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오후 시간에 1시간 짬 내서 하는 거라 저항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대신 저는 맛있는 간식을 매번 준비했습니다.
망각의 주기를 활용한 교과서로 복습하는 방법이 부모의 품은 들지만 효과는 아주 만점이니 한 번 시도해 보세요. 방법만 터득하면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해 보세요. 하다 보면 자녀에게 꼭 맞는 공부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