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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23. 2022

'워킹 메모리'에 대해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는 '워킹 메모리'


자기주도학습은 영어로 ‘self-directed learning’입니다. 1967년, 캐나다의 앨런 터프(Tough, A.M.)가 성인 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죠. 셀프로 배움에 이끌린 성인들은 가르치는 사람이 없이도 학습이 가능합니다. 배움의 목적도 분명하니 억지로 한다거나 배움에 소극적일 리 없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성인과 다릅니다. 그래서 자기주도학습이 어렵기도 하고요. 동기영역, 인지영역, 행동영역 중 무엇 하나만 소홀하거나 약해도 학습의 시스템은 마치 녹슨 기계처럼 효율성이 확 떨어진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학습에 대한 동기와 의지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작은 성취 경험이 쌓이면 학습으로 불씨가 자연스럽게 옮겨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기가 충만해져서 공부를 하더라도 막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이들은 크게 좌절합니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기대하는 목표나 결과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을 수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공부법을 찾지 못해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집중이 어려운 환경이 원인일 수도 있겠네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지만 저는 오늘 인지영역, 그중에서도 단기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집 저녁식사 시간에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말 수 적은 작은 아이가 큰 맘먹고 자기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아이가 치고 들어와서 말허리를 잘랐습니다. 급하게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일 때도 있고,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이야기에 끼어드는 경우죠. 여하튼 큰아이가 이야기를 마치고, 작은 아이가 자신이 하려던 말을 마저 이어가려고 할 때 간혹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다고(표준어는 아니지만 이해해 주세요)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작은 아이한테서 직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조금 해주면 금방 하려던 이야기를 기억해내서 다시 이어가곤 합니다.


'워킹 메모리'가 약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금방 잊어버려서 옆길로 자주 샌다거나 누군가의 방해나 간섭에 취약함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의력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워킹 메모리'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해서 능동적으로 이해, 조작하는 것 합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정보나 데이터가 들어왔을 때 이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기억할 만한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순식간에 판단해서 순간적으로 저장합니다. 그것이 바로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정보라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저장된 정보를 기억하고 있어야겠죠. 예를 들어 '청기백기' 게임에서 주의력을 집중해 지시에 따라 청기와 백기를 번갈아 드는 동작을 할 때처럼 말입니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같아도 우리의 뇌에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결과가 동작으로 보여지는 것뿐이죠.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청기백기' 게임을 하면 단순한 지시는 무리 없이 소화해도 두세 가지의 지시를 섞는다거나 끝에 반전이 있는 지시에서는 어김없이 실수가 나옵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워킹 메모리'가 부족해서 복잡한 지시 사항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거나 여러 개의 지시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워킹 메모리'의 용량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1956년 조지 밀러(George Miller)의 논문에서 나온 '매직 넘버 세븐'은 인간이 보통 7개에서 ±2개까지 기억을 유지한다는 내용입니다. 학습과 기억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는 '매직 넘버 세븐'을 이용해서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7±2개로 범주화하라고 소개합니다. 기억해야 할 정보를 의미 단위인 청크(chunk)로 묶으면 뇌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갖춘 정보가 되면서 더 많은 것을 기억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의 '워킹 메모리'는 7개도 많은 편에 속하며, 보통 4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론이 더 힘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지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여하튼 이렇게 단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들을 우리가 어떻게 인출하느냐에 따라 장기기억에 남겨둘 수 있고, 단기 기억에 머물렀다가 그냥 버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워킹 메모리'는 학습과 기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워킹 메모리'는 훈련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장에 가면 게임'(앞사람이 시장에서 산 물건을 다음 사람은 기억했다가 자기 물건을 얹고, 그다음 사람은 앞에서 나온 물건들을 차례로 말해야 하는)을 한다거나, 여러 개의 지령을 한꺼번에 주고 지령에 맞춰 차례대로 이행하는 일명 '왕 게임', 자녀가 고학년이라면 '청기백기 게임', '카드 뒤집기 게임', 'N-Back 게임' 등도 '워킹 메모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게임들이죠. 저희 집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두뇌 훈련 게임은 스마트 폰의 어플을 이용하는 것인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Brainilis'를 검색해 보세요. 가족 모두 함께 즐겁게 워킹 메모리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덤으로 말씀드리면 최근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이루어지는 AI 면접에서도 이런 두뇌 훈련 게임 형태의 테스트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말로 하면 금방 끝날 이야기가 글로 쓰니 퍽 길어졌습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신비스러운 영역이고, 많은 것들이 비밀스럽지만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섭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셀프로 배움에 이끌려 뇌에 한 책을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머리 쓰다 보면 언젠가 저도 똑똑한 할머니가 될 수 있겠죠?


<함께 읽어보기>

습관 들이는 경험

https://brunch.co.kr/@minhyealakoko/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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