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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28. 2022

고등학생 엄마의 넋두리

신문을 보다가 생각에 잠기다


저는 운동을 갈 때마다 옆구리에 신문을 끼고 갑니다. 신문은 읽어야겠고, 시간은 쉬이 허락되지 않아 생긴 습관입니다. 사이클 위에서, 트레드밀 위에서 신문을 펴놓고 한 시간 남짓 그렇게 신문을 읽지 못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쌓이고 쌓인 신문을 고스란히 재활용 쓰레기에 버릴 수 없어서 어제는 따로 시간을 내어 숙제하듯 신문을 읽게 되었는데 두 개의 신문기사를 나란히 펼쳐놓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글의 말미에 관련 기사 링크를 올렸습니다)


이혜정 소장은 2015년 EBS 다큐프라임 [시험, 서울대 A+의 조건]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당시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연구교수였던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을 찾아와 공부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 공부를 해도 학점이 잘 나오지 않는데 어떡하면 좋으냐는 이야기를 듣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서울대 2학년과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두 학기 이상 평균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들을 추린 후 그들의 공부 비결을 찾아서 다른 학생들에게 공유하려는 취지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자신의 예상과 너무도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서울대 우수학생 150명 중 연구를 허락한 4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그들이 학점을 잘 받았던 이유는 별 의문을 갖지 않고, 속기하듯 교수의 말을 컴퓨터에 옮기고, PPT를 외우고, 들은 것과 배운 것을 요약하고, 기출을 푸는.... 고등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한 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녀는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과연 서울대 학생만의 문제일까 의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시간 대학교의 학생들은 교수와 자신의 생각이 다르면 학점과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쓴다고 합니다.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님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면 자신의 생각 지레 틀렸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네요. 이처럼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평가 제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서울대학교에도 토론 학습, 프로젝트 수업, 주관식 시험, 모두 다 있습니다. 하지만 학점의 결정적 변별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요. 이건 고등학교에도 수행평가가 있지만 내용을 떠나 기한 내 제출, 미제출로 밖에 점수의 차등을 두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밤을 새워 공부해야 하는 중간, 기말 지필고사가 결정적 변별이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서울대생들이 수용적 태도를 갖게 된 데는 초, 중, 고등학교 12년 동안 수용적 학습에 대한 훈련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없는 교실, 남과 다른 답을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 답이 정해져 있는 글쓰기 같이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훈련 할 수 없도록 한 교육 환경의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질문을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그것이 아이의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울대 공대 이정동 교수가 쓴 기사에는 재능과 노력이 있더라도 자신이 속한 환경이 뒷받침지 않으면 꽃을 피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혜정 소장은 우리나라만 청년의 성공 요인으로 부모의 재력과 인맥이 1, 2위를 차지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부모의 재력과 인맥보다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그 누가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을 진학하느냐 마느냐는 물론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나와 핸디캡이 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후에라도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교육과 학습을 받는 것이 보편적인 세상이 된다면 현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이런 것들을 모른 채 수행평가로 늦게까지 잠 못 이룰 딸아이 생각에 씁쓸해집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689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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