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을 기점으로 작은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도 모든 학년이 등교 수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제게는 잃어버렸던 자유 시간을 다시 되찾았음을 의미하기도 하죠.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우선 3주 넘게 쉬고 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옆구리에 신문을 끼고, 헬스장에 내려가 가볍게 준비운동을 한 후 사이클 위에 앉았습니다.
사이클 페달의 강도를 평소보다 낮춰 25분, 트레드밀에 500원 동전을 넣고 30분 걷고 뛰기를 했습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랫 풀다운'과 '팩덱 머신', 그리고 '체스트 프레스'를 번갈아 가며 3세트씩 했습니다.(늘 하던 건데 막상 적으려니 이름을 몰라서 사진을 찍어왔네요.) 평소와 비슷한 운동량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허벅지와 무릎 주변이 저릿저릿합니다. 분명 페달 강도도 낮췄고, 걷기를 뛰기보다 더 많이 했는데도 말이죠. 머신 운동도 추의 무게를 평소보다 5kg 낮췄는데도 쇄골 아래 가슴근육이 뻐근하고 아프네요. 한 달 가까이 운동을 쉰 탓이겠지요.
몸에 이상이 오고, 수술과 회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에 위기가 왔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을 빼서 몸매가 슬림 해지는 것보다는 체력을 키워서 피곤을 덜 느끼고, 병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자는 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죠. 그게 한 4년쯤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살이 빠지길 자연스럽게 바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운동을 해도 왜 살이 빠지거나 근육이 생기지 않는 걸까요?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기려면 지금의 운동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부족할 것입니다. 유산소 운동량을 평소보다 최소 1.5배 이상 늘리고, 추 무게도 5kg씩 단계적으로 증량해서 이를 악무는 정도가 되어야겠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식단 관리도 필요합니다. 우선 식사량을 줄여야 하고, 인스턴트 음식과 야식 같은 것도 피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잠도 충분히 자야 합니다. 수면 부족이 비만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는 쉽게 검색이 가능할 정도니까요. 그밖에 생활 습관도 고쳐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앉을 때는 허리를 세우고 배에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달달한 간식과도 담을 쌓아야 하죠.
많은 책들이 공부 잘하는 방법을 운동을 해서 살을 빼거나 근육을 키우는 과정에 비유하곤 합니다.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기려면 현재의 운동량을 유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과 같이 성적이 오르려면 하던대로의 기존 공부량으로는 부족할 겁니다.따라서절대 공부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여기서의 절대 공부 시간이란 학교나 학원에서 듣는 수업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를 악무는 거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절대 공부 시간을 늘려가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성적에 이른 친구들은 대부분 기말시험을 마치자마자 플랜을 세워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방학 시작하면', '월요일부터', '1일부터' 이런 식으로 조건을 붙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1일, 10일, 20일처럼 똑떨어지는 숫자에 새로운 행동을 하려는 현상을 가리켜 '라운드 넘버 이펙트(round number effect)'라고 합니다. 막상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고 다짐한 그날이 오면 또다시 미루었던 경험을 여러 번 하고도 숫자가 주는 의미를 버리지 못하는 거죠.따라서 운동이던 공부던 마음먹은 즉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살을 빼기 위해서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하는 것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부 습관을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수업 끝나자마자 2분 복습', '아침 자습시간에 독서하기'처럼 계속 의식하고 꾸준히 노력해서 좋은 공부 습관을 들여놓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짜고 매운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름진 야식, 달콤한 간식류를 피해야 하는 것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거리 중 게임, SNS, 스마트폰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죠. 하지만 이것을 자제하지 않으면 공부의 효율은 상당히 떨어질 것입니다. 스터디 카페를 가면 대번에 '저 친구는 공부 좀 하겠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개인 사물함에 집어넣고, 공부하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휴식 시간에 잠깐 나와서 메세지나 톡을 확인하고 다시 사물함에 집어넣지요.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봐도 감이 옵니다.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드는 과정과 공부를 하는 과정 사이에 공통점을 꼽으라면 저는 시간과 정체기를 말하고 싶습니다. 근육이 만들어지려면 보통 3개월 이상을 매일 빠지지 않고 운동해야 합니다. 공부와 관련한 책들은 공통적으로 3~6개월 정도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을 의심한다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중도에 멈추면 절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죠. 모든 일이 노력했다고 해서 연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공부나 운동은 실력이 계단식으로 발전합니다. 누구는 그 계단 하나의 높이가 높아서 다섯 계단만에 이를 수 있는 높이를 누군가는 계단 하나의 높이가 낮아서 여덟 계단을 밟아야 같은 높이에 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계단의 평평한 부분이 없다면 발을 디딜 수가 없는걸요. 그러니 평평한 부분을 만나게 되더라도 의심하지 말고 정진해야 합니다.
저희 집 뒤편에는 유서 깊은 절이 있습니다. 절을 통과해서 나가면 한적한 오르막길이 나오고요. 겨울방학에 작은 아이와 그곳을 자주 산책했습니다. 걷다가 힘들면 서서 쉬다가 저랑 멀어진다 싶으면 막 뛰어서 제게 옵니다.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오지만 금세 지쳐서 다시 쉬어야 했죠. 그때 제가 딸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오르막길이라서 빨리 가려고 하면 허벅지랑 종아리가 엄청 아플 거야. 그런데 쉬었다가 다시 걸으면 더 아프거든. 그럴 때는 보폭을 줄여서, 천천히 걷는 거야. 대신 멈추지 말고. 그럼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어."
요즘 작은 아이는 복근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차수민 언니(모델)의 복근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이지요. 그래봐야 '윗몸일으키기' 정도지만 자기 전 누워서 30개를 꼭꼭 하고 자더니, 한 달이 지나자 갈비뼈 밑에 세로로 희미하게 2개의 턱이 생겼습니다. 너무 희미해서 눈을 비비고 찾아봐야 하지만, 아이는 한껏 숨을 참고 배꼽을 드러내며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윗몸일으키기'를 쉬었다가 다시 하니 배가 당겨서 웃지도 못하겠다고 엄살을 피우더라고요. 이때다 싶어 제가 한마디 합니다. "○○이 운동 며칠 쉬었다고 배가 당긴다고? 공부도 며칠 쉬다가 다시 하려면 머리에 쥐 날 거야,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