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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pr 14.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양찬미 같은 선생이고 싶습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책과는 좀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드라마를 통해 응원받고, 힐링하는 이 기분도 썩 좋네요. '나희도'와 '백이진'이 서로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 위로와 사랑의 말들은 특히나 여운이 깁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또 반짝거려서 보는 내내 저도 모르져들어서 같이 웃고 같이 울었네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사춘기 나희도와 엄마의 삐걱거리는 관계를 통해서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나희도의 딸이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다이어리를 보면서는 나는 딸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질문해 보게 습니다. 나희도의 삶에 여전히 큰 영향을 끼치는 사별한 아빠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눈맞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나희도와 백이진의 풋풋한 사랑과 친구들 간의 우정은 사춘기를 넘어 성인 초기에 이르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 학교와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이것들을 따로따로 글로 풀어도 10편이 넘는 글이 지어질 것 같지만... 참겠습니다. (사실은 이미 너무 많은 훌륭한 리뷰들이 있어서 감히 도전하지 못하겠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사브르 전체 51명 중 26등으로 평가전에도 나가지 못할 실력을 가진 나희도를 양찬미 코치는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투박하고 촌스러운 방식이지만 스스로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나희도에게 운빨(운발은 이렇게 쓰고 읽어야 제맛이죠?)은 자신에게 있으니 운 만큼은 자신을 믿고 따라오라는 '양찬미'라는 캐릭터가 저는 특히 좋았습니다.


고유림 : 저 선생님, 나희도 평가전 때문에 단독 훈련시키시는 거예요?
양찬미 코치 : 아인데. 지가 해달라고 쫄라서 하는긴데. 유림아, 있잖아. 학생이 지도를 요청을 하므는 그 요청에 응하는 게 코치로서의 의무다. 그라고 그게 내한테는 참 기쁨이고.

 

매일 아침 10kg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어와서 자신을 깨울 것, 물통 2개를 들고 주말마다 약수를 떠올 것, 안무 연습해서 검사받을 것, 기본 동작인 팡트 매일 천 개씩 할 것, 그리고 마지막 이 모든 훈련에 대해 이유를 묻지 말 것을 당부니다. 그러고 보면 뭐 대단한 훈련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지금보다 조금 높은 안목을 갖추게 하려고 했을 뿐이죠. 저도 대단한 걸 알려주는 선생보다는 깨달음과 통찰을 줄 수 있는 선생이고 싶고, 그 기쁨으로 제가 꽉 채워지길 바랍니다.




양찬미는 스포츠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코치'라는 호칭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나희도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최적화된 훈련 코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에선 컨설턴트의 모습을, 펜싱 전 국가대표 선배로서 전문적인 펜싱 기술부터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깊숙하게 개입하는 멘토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답을 주는 것 같지만 결정과 실행은 언제나 나희도에게 맡기고 있죠.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도록 돕는 양찬미는 제가 바라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코칭의 목표는 자립적 성장입니다. 양찬미는 훈련에 있어 솔루션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컨설턴트와 멘토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 경기에 임해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선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한다는 점에서는 제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보여주고 있습니다. 양찬미는 나희도와 고유림, 이예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왔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기 때문이죠.


양찬미 코치 : 목표는 달성했고, 오늘이 니 인생 마지막 펜싱인데 4강도 가봐야지.
이예지 : 아니요 샘. 저 기권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선수들 다 저보다 간절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 기회 뺏고 싶지 않아요. 제 인생에서 펜싱은 이만하면 됐습니다.
양찬미 코치 : 니 펜싱 그만두면 뭐 하고 싶노?
이예지 : 아직 잘 모르겠지만, 빵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빵사요.
양찬미 코치 : 좋네. 오늘을 꼭 기억해라.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절대 잊지 마라. 힘들 때마다 생각해라. 그 시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내가 알려주고 싶었던 거는 그게 다다. 고생했다. 그동안...
이예지 : 감사했습니다, 샘.
양찬미 코치 : 왜 우노, 바보야.


결코 함부로, 처음부터 답을 주지 않습니다. 말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겪어서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제자의 꿈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그녀의 눈물을 보며...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미성숙한 인간을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키워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이제 제 마음속 넘버 투입니다. 언제 다시 바뀔지는 모르지만요.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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