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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Jun 16. 2022

그림책으로 생각을 나누어요

비경쟁 독서토론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4년 넘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한 달의 한 번, 4시간에 불과한 봉사라서 어디에 명함을 내밀만 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책과 가까이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책이 나에게 건네는 위로, 책이 주는 지적 유희는 덤 치고는 엄청난 베네핏이죠.


저는 시간이 허락되면 책과 토론이 있는 곳은 빠지지 않고 찾아가는 편입니다. 혼자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얻는 지식과 정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만 있어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의견나눌 수 있,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해석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 그저 신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특히 저는 비경쟁 독서토론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오늘 아침 읽은 @늘봄유정 작가님의 디베이트와 관련된 글 덕분입니다. 책을 읽고 나누는 형식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형식이 어떻든 개인의 독서에서 벗어나 타인의 의견을 듣고, 스스로 생각해 볼 지점들을 찾는 지적 활동의 기회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죠. 특히 틀렸다는 생각, 경쟁한다는 생각, 정답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경쟁 독서토론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림책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별점과 소감을 나누는 첫 순간부터 무척 흥미로웠죠. 세상의 모든 어른이 읽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이 책을 아이가 읽었을 때 남의 탓을 하게 될 가능성이 생길 것 같다, 책이 의외로 어려웠다, 엄마가 등장하지 않지만 엄마로서 내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의견까지 별점도, 의견만큼이나 다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이렇듯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 존 버닝햄은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이 어려웠던 탓에 전학을 여러 번 했고, 결국 '서머힐'이라는 대안학교를 선택했죠. 아버지를 따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해서인지 그의 책은 대부분 권위에 대해 냉소적이고,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어떤 점에선 통쾌하게 느낄 법한 그림책들을 꽤 지었습니다.


학령이 높아질수록 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해 살짝 흘리기만 해도 아이들은 쉽게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더구나 읽기 쉽고, 재미있고, 통쾌하고, 따뜻한 그림책이라면 호기심은 어느새 깊은 탐구심으로 변하기도 하죠. 저희 아이들은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을 재미있게 읽고, 그 책을 쓴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을 모두 찾아 읽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영화 '슈렉'의 원작그의 책이랍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저도 몰랐을 거예요.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어른들은 큰 선물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우선 읽기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5분이면 휘리릭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자녀와 함께 그림책 하나를 정해 읽는 것도 방법입니다. 읽고 난 뒤 각자가 생각을 나눌 수 있을만한 질문 한 개씩을 만드는 거죠.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책을 예로 들면, 특정 장면에서 에드와르도의 심경은 어땠을지, 특정 장면에서 에드와르도는 왜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 어른들의 달라진 반응은 정말 에드와르도를 바뀌게 했을지 등을 주제로 생각을 나눠보는 것입니다.


올여름, 방학 기간 동안 자녀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굳이 거창하게 토론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말이죠.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림책은 보기보다 힘이 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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