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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Apr 10. 2022

신문을 읽다가

우리 아이들이 스미스처럼 배울 수 있다면


카펫 얼룩 제거가 전문인 청소노동자 본 스미스는 37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중 10개의 외국어는 모국어 수준, 14개의 외국어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긴 대화를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군요. 그의 취미는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언어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세계 다국어 구사자 협회'의 도움으로 스미스의 언어 구사력을 검증했다고 합니다. 각 나라의 사람들과 영상으로 대화를 나눠보게 했는데 놀랍게도 이 검증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하네요. MIT 연구실에서 그의 뇌를 스캔한 결과 특별히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영역의 움직임이 활동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스미스가 전 세계를 누비며 살았던 이력 갖고 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 사람이 37개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해외 거주 이력이 없는 '미국 토종'이었습니다. 스페인어를 하는 엄마 덕분에 가족과는 스페인어로, 집 밖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고 하고요. 아시안 레스토랑의 청소를 하면서 일본어를 익혔고, 커피숍에서 일할 때는 네덜란드계 직원을 통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식으로 취미 삼아 외국어를 익혔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어부터 멕시코 소수 민족 나우할어까지 구사하는 그의 새로운 목표는 330일 안에 웨일즈어 마스터라고 합니다.




뇌에는 특별히 언어를 처리하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있습니다. 브로카 영역은 말하기를 담당하고, 베르니케 영역은 듣기를 담당합니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듣고 이해는 하지만, 상대에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언어를 조직화하지 못하게 됩니다. 베르니케 영역은 반대로 문법적인 언어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언어 이해 능력에 결손이 생겼기 때문에 앞뒤의 의미가 전혀 통하지 않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베르니케 영역에서는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브로카 영역에서는 언어를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아웃풋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언어중추는 기능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경계가 일정하지 않고, 개인차가 존재한다고 하네요.


이중언어 사용자의 경우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외국어를 사용할 때의 베르니케 영역의 조직이 상당 부분 겹쳐 있습니다. 하지만 말할 때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처리하는 브로카 영역의 조직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과거에는 손상된 뇌를 가지고 연구를 했었기 때문에 당시 이론들현대의 뇌과학 연구를 통해 재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 듣고 이해하는 것이 잘 말하는 것보다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는 소통의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학습에서 단연 중요한 것은 재미와 성취감입니다. 특히 언어는 중간에 포기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는 것뿐이죠.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배우는 과정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배움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배우는 것도 고통스럽고 힘든데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는 기껏해야 시험을 잘 보는 용도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니까요. 스미스는 외국어 습득에 분명 재능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배움을 취미로 연결하니 재미를 느꼈을 테고, 자신이 배운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했으니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미스처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게도 스미스와 같은 능력이 있었다면 지금쯤 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계속 청소 일을 하고 있을까요?? 스미스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나에게 언어 구사력은 행복의 원천입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사람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소중한 힘을 길러주는 거죠. 관련해서 주변 권유로 유튜브도 시작해 보고 했지만, 우울증이 오더군요. 결국 그냥 취미로 두기로 했어요. 저는 그냥, 제 일을 성실히 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게 행복합니다.


각자가 가진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 배우는 과정에서의 재미와 성취감, 배운 것을 활용해서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껴 본 경험, 우리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최대한 많이 가져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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