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플라벨(John H.Flavell)은 1976년 발표된 자신의 논문에서 '메타인지 metacognition'라는 용어를 논문 제목에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963년 장 피아제(Jean Piaget)의 발달심리학과 관련한 논문에서 메타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제시하고, 1971년에는 개인이 정보를 어떻게 입력, 저장하고 검색, 인출하는지에 대한 인지 관리와 모니터링 능력을 '메타메모리 metamemory'라는 용어를 사용하여발전시키죠. meta 라는 접두어가 근래에 들어 자주 사용되는 데는 그의 공헌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메타인지가 모니터링과 통제(조절), 이렇게 두 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졌다고 논문을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979년 논문 'Metacognition and cognitive monitoring: A new area of cognitive-developmental inquiry'에서 드디어 메타인지에 대한 이론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키죠. 논문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메타인지가 인간의 의사소통 능력, 설득과 이해, 읽기, 쓰기, 언어 습득, 기억력, 주의력, 문제해결력, 사회 인식, 정서적 모니터링 그리고 자기 행동 조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메타인지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메타인지 지식, 메타인지 경험, 목표(또는 과제), 전략(또는 활동), 이렇게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공식적인 모델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는 연구를 통해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나이가 많은 학생들에 비해 완료되지 않은 과제에 대해서 완료했다고 착.각.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언급합니다. 즉자녀의 성장과정에 따라 메타인지는 점차 높아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물론 개인에 따라 그 시기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요.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자녀가 공부를 재미있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작은 칭찬에 아이가 공부를 더하고 싶다고 하거나 공부의 방법을 조금만 바꾸어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쉽게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학습의 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학습을 마치죠. 그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메타인지를 착.각.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 한 번쯤'우리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잘 배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습득력이 좋은 시기에 공부를 많이 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사교육 시장의 연령이 낮아지고 볼륨이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죠.
예능 프로그램 [써클하우스] 중 일부
예능프로그램 [써클하우스] 8화에서 오은영 박사는 우리나라 부모가 너무 많이, 빨리 자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부모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죠.
보통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치, 자신의 실력에 맞는 난이도의 학습이 이루어질 때 학습 동기가 손상받지 않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무조건 오래, 무조건 많이, 무조건 빨리를 강조하다가는 자칫 아이를 망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모든 학생들은 하나같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가도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입니다.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시기의 자녀들에게 첫 번째 고비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과 같은 상급 학교로의 진학 시기에 맞춰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오죠. 그나마 중학교 때까지는 벼락치기로 어느 정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쉽고 빠르게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부모는자녀가 똑똑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죠. 나중에 성적이 떨어지면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는 부모의 입에서 위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가설적, 과학적,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는 초등고학년 시기부터 중등 기간 동안 자녀가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여러날 고민하고, 끙끙거리며 문제를 풀어서 해결한 경험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어떻게 문제를해결했는지 스스로 모니터링 하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실패를 했을 때 그 실패를 견딜 수 있는 법을 학습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흔히 '유리 멘털'이라고 부르는 것이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큰 실패를 맞닥트리거나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실체를드러냅니다. 실패에 대한 의미를 찾는다면 새로운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낮추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돕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그것이 실패냐 성공이냐를 가르는 것은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모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자녀가 이전의 실패에서 얻은 의미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으려면 결국 시도와 실패, 위기를 겪어봐야 된다는 것입니다.그리고 그것을 노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메타인지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