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상화로 대면 강의 의뢰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동할 필요도 없고, 채팅이나 반응을 통해 활발히 소통했던 비대면 강의가 제게는 여러모로 훨씬 효율적이어서 그런지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네요. 금요일, D구에 위치한 모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전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학교 측에서는 일선 교사로부터 듣는 고교학점제 강의를 추천했다는데 정작 학부모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변화와 대입 전형의 흐름을 읽고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 결정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중학생 자녀의 흥미와 적성이 명확할 리 없습니다. 제가 만났던 학생들 중에서도 극히 드문 수만이 특정한 직업을 꿈이라 여기고, 일찌감치 특성화고를 선택하거나 혹은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 전국 단위 자사고의 진학을 목표로 죽어라 공부하는 두 부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구 따라,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등학교의 진학을 자연스럽게 여기니까요.
그럴 때 집 주변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알아보고 있나요? 주변 엄마들의 카더라 통신, 학원 설명회, 특정 고교의 학교 설명회에 의지하기 전에 반드시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를 먼저 검색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메인 메뉴 중 '전국학교정보'에 들어가서 '지역별 공시정보'를 클릭하면 원하는 초/중/고/기타 학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학교알리미 > 전국학교정보 > 지역별 공시정보
예를 들어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지역 시도와 행정구를 선택합니다. 공시년도는 당해 연도 자료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자료, 2021년을 선택합니다. 공시항목은 자신이 검색하고 싶은 정보를 위주로 선택하면 됩니다. 참고로 공시항목은 최대 3개까지 선택 가능하므로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3개를 하단의 사진과 같이 선택하여 검색 버튼을 누르면 해당 행정구에 위치한 학교의 목록이 모두 뜨고, 자신이 지정한 공시정보 3가지를 함께 비교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3가지
1. 학생현황 > 학년별 학급별 학생수
학년별 학생 수가 많을수록 등급별 인원수도 많아지므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생 수가 많은 고등학교를 선호합니다. 학년별전체 인원수,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를 그래프로 표현해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어지는 표에는 학년별 학급의 수와 학급별 학생 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고, 선호를 파악하여 지원을 희망하는 고등학교를 2~3개 정해두길 바랍니다.
2. 교육활동 > 학교교육과정 편성 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
학교마다 업로딩 된 자료가 조금씩 다릅니다. 보통 파일의 형태로 올려져 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정보는 '교육과정 단위 배당표'와 '교과별 평가계획'입니다.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고교 프로파일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단위 배당표와 교과 구성이 학교별로 차별화되어 있는 경우라면 학교명이 블라인드 처리된다 하더라도 학생부를 바탕으로 추측이 가능한 정도지요. 특히 선택과목의 경우 2학년 2학기에 배우는지, 3학년 1학기에 배우는지에 따라 수능 준비에 영향을 주는 만큼 가능하면 '단위 배당표'와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을 함께 놓고 데이터를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평가 반영 비율은 보통 지필평가의 서/논술형 비율이나 수행평가의 비중 등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자녀의 평소 학습 태도와 준비, 계획성 정도를 파악해두면 고등학교를 선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학업성취사항 > 교과별 학업성취 사항
학년별로 학기의 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 성취도별(A~E) 분포 비율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으로 대략적인 고등학교의 수준이 파악되고, 각자가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주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평균이 낮고, 표준편차가 작다면 시험의 난도가 높은 학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들의 수준이 균일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멘탈이 강하고 학습력이 뛰어난 친구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크다면 시험이 전반적으로 쉬운 학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쉬운 문제를 실수로 틀리지 않도록 연습이 필요하고, 평소 수행평가 준비를 철저히 하는 학생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성취도는 중학교 때의 성취평가제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90점 이상은 A, 80점 이상은 B처럼 동일한 기준 점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단위 학교 분할점수'라고 하여 학교가 기준 점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배부한 분할 점수 산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시험문제를 문항 특성에 따라 범주화하고, 난이도에 따라 문항별 예상 정답률을 입력하여 산출하죠.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나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전에 반드시 공지해야 합니다.
4. 기타
나머지 메뉴들도 들어가서 확인해 보시면 의외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활동 > 동아리 활동 현황을 자녀와 함께 보면서 관심 있는 동아리의 우선순위를 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도 큰아이와 학교설명회를 가기 전,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 미리 찾아보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참고할 만한 자료와 정보는 얼마든지 탑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자녀가 혼자 살펴보고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 부모가 먼저 훑어보고, 그중 몇 개의 학교를 추려서 함께 검토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의 교실은 무척 어수선합니다. 8월 말쯤 과학고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마이스터고와 예/체고, 특성화고가 포함된 전기고 원서 접수가 10월 중순부터 시작됩니다(서울 기준). 이쯤에는 특성화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수업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들어오기도 하죠. 쑥스러워하면서도 준비한 건 다 하고 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깜찍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지역단위 자사고나 몇몇 일반고에서도 학교설명회를 위해 입학처 선생님들이 학교를 방문합니다. 설명회를 듣고 온 날이면 아이들은 당장 그 학교를 갈 것처럼 말하지만, 며칠 뒤면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내가 그 고등학교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때 아이와 함께 '학교알리미' 사이트를 들어가 보세요. 특히 여유 시간 많은 방학 때 함께 검색해 보고, 많은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어요. 고민과 걱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아이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사이트를 알고 계신 분들은 많아도 어떻게 활용해야 몰라서 또는 자주 들어가보지 않아서 그 진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정리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