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체크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파악했다면 이제 그것을 토대로 우리는 시험 계획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모와 자녀를 말합니다. 시험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전무한아이, 지금까지 '계획'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한쪽으로 살포시 미뤄둔아이에게 어느날 갑자기 시험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아이는 참으로 막막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본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그러니 한 번쯤은 부모가 자녀에게 시험 계획 세우는 법을 알려주고, 같이 계획을 세워보는 거예요.
일단 계획은 SMART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Specific)인 방법과 도구를 생각해서, 공부 분량이나 시간, 달성률 등을 숫자로 측정 가능하도록(Measurable)계획해야 하고요. 물론 성취할 수(Achievable)있는, 현실적인(Realistic) 수준의 계획이어야겠죠? 특히 목표 점수는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100점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점수에서 10~20점 상향된 수준으로설정하길 바랍니다. 과욕은 의욕을 떨어뜨리고 포기를 하게 만드니까요. 마지막으로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Time-limited) 계획일수록 실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를 고려해서 SMART 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시험 계획은 보통 3~4주 전에 세우기 시작합니다. 학교에 따라 시험 범위와 일정을 공개하는 시기가 천차만별이라 4주 전부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오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평소에 복습을 꼬박꼬박 하지 않는 친구라면 4주를 추천합니다.
1. 4주 전
-시험 범위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운 교과서를 쭉 훑어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국어는 지문과 작품을 반드시 여러 차례 정독합니다.
-역사나 사회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목차를 가급적 외우고, 교과서의 내용을 반복하여 정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학은 개념을 확실히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세요.
-영어는 단어를 외워둡니다.
-과학은 자습서를 활용해서 교과서의 빈칸을 메우는 작업을 이 시기에 해두길 추천합니다.
2. 3주 전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이쯤 되면 선생님들이 시험 범위를 수업 중에 비공식적으로 알려주십니다. 나중에 범위가 변경되기도 해서 미리 공부한 친구들은 시험 범위가 줄어들거나 바뀌면 엄청 속상해하지만... 그럴 필요 있나요. 미리 공부한 덕분에 시험공부가 훨씬 수월할 텐데요.
-시험 범위가 나온 과목의 경우 분량과 회차를 나누어 SMART 한 계획을 세워봅니다.
-동네 서점(대형 서점에는 없습니다)에 가서 기말고사 대비 기출문제 세트를 구매하세요. 학교마다 출판사가 다른 교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네 서점에 가셔야 학교별 기출문제 세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3~4주 전에는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개념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쏙 넣는다는 느낌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느낌으로 기출문제를 풀어보길 추천합니다.
-여력이 된다면 주요 과목 위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3. 2주 전
-3주 차부터 분량과 회차를 나누어 공부한 것을 이어서지속하되, 기출문제의 틀린 것을 위주로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험 범위에 해당되는 내용을 나의 언어로 요약, 정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암기과목의 공부를 시작하면 좋은 시기입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암기를 시작하면 시험 때쯤 다 잊어버리거든요.
-이해과목의 경우 심화 문제를 도전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목표가 그 수준까지 어렵다면 현재 풀 수 있는 문제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과년도 학교 기출문제를 확보(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쉽게 다운 받을 수 있어요)해서 그동안 공부한 것을 점검해보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요약한 프린트 자료의 빈칸을 채워 넣는 것도 공부한 것을 점검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때 빠진 자료가 있다면 선생님께 다시 요청하거나 친구들에게 빌려서 반드시 복사해 놓길 당부합니다.
4. 1주 전
-2주 차에 했던 공부를 반복해서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하되, 인출에 보다 더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암기과목의 경우 완벽하게 암기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도장 깨기 하듯 한 과목씩 암기를 완료할 시기입니다. 주로 선생님이 주신 프린트 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많이 보는데, 그전에 교과서를 정독하는 것(특히 4주 차에 못했을 경우)절대잊지 마세요.
5. 3~4일 전
-주말이 끼어있는 시험 일정이라면 보통 시험이 있는 그 주가 시험 3~4일 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는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총 복습하는 느낌으로 빠르게 훑어봅니다. 펼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문제를 풀면서 막히거나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자주 틀렸다면 반드시 반복해서 풀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시험 기간이 4일이라면 4일 전에 마지막 날 시험 과목을 공부하고, 3일 전에는 3일 차 시험 과목을, 2일 전에는 2일 차 시험 과목을 공부하는 것으로 계획합니다.
6. 시험 전날
-당연히 시험 하루 전에는 시험 첫날에 해당하는 과목을 공부해야죠.
-서논술형 문제가 출제되는 과목이 있다면 시험 전날 준비해도 괜찮습니다. 그동안 계획대로 공부를 해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7. 시험 당일
-평소보다 20~30분 일찍 일어나서 반드시 큰일을 봅니다. 긴장할 때 장 트러블로 고생하는 친구라면 꼭 기억해 두세요.
-컴싸를 비롯한 필기구, 프린트물, 교과서, 마실 물 등을 챙겨서 늦지 않게 출발합니다.
-쉬는 시간에 절대로 정답을 맞히지 않습니다. 1교시 시험이 끝나면 시험지를 가방에 넣고, 2교시 시험을 준비합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답을 맞히다 보면 확실하지 않은 답을 정답으로 오인해서 다음 시험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흔하게 봤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해당 시험의 정답을 불러주는 교실도 있을 텐데 되도록 정답을 적어와서 집에서 맞춰 보거나 시험이 모두 끝난 뒤 맞추도록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계획한 대로 실행하지 못했을 경우 보충할 수 있는 여유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보통 주말을 여유시간으로 두라고 학생들에게는 당부하는데 그건 아이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하기 곤란하네요.
둘째, 시험이 끝나는 날 뭘 하고 놀지 미리 계획하지 마세요. 특히 여학생들은 계획이 여러 번 수정되고, 함께 할 친구들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할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곤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카톡이 공부에 큰 방해가 되는데 카톡을 할 수밖에 없는 빌미까지 제공되는 셈이니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시간도 뺏기고, 에너지도 뺏기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죠.큰아이는 시험이 모두 끝난 뒤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서 주말에 신나게 놀았네요.
셋째, 4주간의 시험 계획에 대해 스스로 피드백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실천이 어려웠다면 왜 어려웠는지, SMART 한 계획이 나에게 적절했는지, 계획이 4주로 충분했는지, 계획의 장점과 단점, 깨달은 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다음 시험 계획은 아이 스스로 세워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아이는 7월 4일부터 3일간 시험입니다. 주말이 없어서 오히려 좋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주말을 이용해 한 주만계획을 세우고, 이틀째 실천중입니다. 자녀가 계획만으로 이미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주단위로일주일치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희 작은 아이처럼요. 다만 이때는 한 주의 계획이 미뤄지는 일이 없도록 중간중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와 작은 아이는 계획한 것의 80% 정도달성하면 주말에 영화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날까 봐 걱정하는 딸아이를 안심시키며... 한 주 가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