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는 사람의 맛
언제부터 인지 요아정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붐이 불고 있다. 토핑 몇 개만 담아도 훌쩍 2만원이 넘어버리는 비싼 아이스크림의 등장은 마치 1인분에 3천원짜리인 떡볶이 시장에서 14,000이라는 대어가 등장한 급으로 충격적인 게임 체인저인 것이다.
여러가지 토핑을 시도해봤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기본 요거트 아이스크림 & 멜론이나 망고처럼 달달하고 부드러운 과일 & 입안을 튀어다니는 초코팝팝 & 다이제 그래놀라 조합이다.
강경 초코쉘 파들도 있지만 순정은 단연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지 않나 싶다. 과일을 넣을 때, 바나나나 블루베리를 넣으면 나한테는 마치 ‘오버 나이트 오트밀’처럼 너무 건강식 처럼 느껴진다. 딸기는 너무 뻔하고, 망고나 메론처럼 혼자라면 절대로 먹지 못할 귀한 과일들을 넣는다. 초코팝팝은 이름처럼 입 안을 통통 튀어 다녀서, 마지막 한입 까지 존재감이 강하다. 일반 그래놀라는 단단하고 뻑뻑해서 입안을 건조하게 만드는데, 다이제 그래놀라는 부드럽고 과자같아서 아이스크림이랑 잘 어울린다.
사실 요아정은 혼자서 시켜 먹기는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다. 아무리 자취를 한다고 해도 혼자 2만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는건 “하면 안될 짓”을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날 때만 요아정을 시켜먹는데, 그럼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죄책감과 가격 모두 친구 수 만큼 1/N이 된다. 평소 시도하지 못한 토핑도 거리낌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인지 요아정 쿨타임이 찼을 때는, 캘린더를 보면서 요아정을 먹을 수 있는 약속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체크하기도 한다. 그런 약속이라 함은, 친구가 4명이상 &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은근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조건 때문에 가까운 듯 먼 음식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24년에 혜성처럼 나타난 요아정을 참 많이 먹었는데, 가족들은 요아정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하여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생과일의 조합은 어른들도 마다하지 않는 조합이었고, 엄마의 선호로 나는 생전 넣어볼 생각조차 않았던 감 말랭이 토핑을 넣어봤다. 부모님은 이런 음식의 유행에도 밝지 않을뿐더러, 본인 돈으로 2만원 넘는 아이스크림을 절대 사 드시지 않을 테니, 가족 내 음식 얼리어답터는 내가 자처하게 된다.
한번 요아정을 혼자 시켜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뭔가 잘못하는 느낌이 들어 토핑 이것저것 올리지 않고 플레인하게 먹었다. 토핑이 적어서인지, 사람들과 같이 먹지 않아서 인지 평소 먹던 그 맛이 아닌 걸 깨닫고는, 더 이상 혼자 요아정을 시켜먹진 않는다. 신선하고, 달콤하고, 맛있는 맛을 넘어서 나에게 요아정은 사람 냄새가 나는 음식이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 오랜만에 내려간 본가에서 엄마 아빠한테 "요즘 이게 최신 유행 아이스크림이냐? 뭐가 이리 비싸냐?"는 한마디를 들으며 북적이며 먹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