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렵지만 계속 변해야한다
구글처럼 기획실행을 직접 해보려고 실행한 스프린트 프로젝트가 3일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인터뷰하는 중이다. 아래처럼 PPT로 제작한 사업 제안서, 중간 보고서, 결과 보고서를 디지털 보고서로 만들어, 더 자주 사업 진척 상황을 후원자와 공유하고 더 핵심적인 보고 내용만 간략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후원자가 실제 사용하는 모습과 그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서 핸드폰 카메라로 후원자가 사용하는 모습과 생각을 녹화하였다. 긴 핸드폰 거치대를 설치하고 후원자가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디지털 보고서를 보는 방법은 쉽고 간편한지, 의도한 메뉴나 기능을 사용하는지. 기존 페이퍼 기반과 디지털 기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거치대에 달린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다.
아래 인터뷰 영상 일부처럼 후원자가 모바일 사용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이렇게 인터뷰를 5명의 후원자와 진행하고 스프린트 팀원들과 함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패턴이란, 사용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점, 개선해야할 것, 스프린트에서 강조하고 싶은 기능을 사용하는지 등에 대한 고객의 공통적인 행동 패턴이다. 대략 3명이상의 후원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 그 결과는 분석되어야 하고 후속조치를 해야한다. 긍정적인 패턴이면, 프로토타입을 실제 프로덕트로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진전되는 것이고, 부정적인 패턴이면 개선 보완하는 과정이 후속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보통 스프린트에서는 고객 인터뷰를 하루안에 끝낸다. 타겟 고객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잠재 타겟 고객을 인터뷰 장소로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뷰에 참여하는 대상자는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타겟 고객은 기존에 후원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후원자이고 그런 후원자 중에 인터뷰가 가능한 분을 찾아내서 약속을 잡는게 쉽지 않다. 후원자를 전담하는 마케터의 지원이 필요한데,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본업도 아닌일에 선뜻 나서주는 마케터가 많지 않아서 인터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두번째 인터뷰가 오늘 계획되어 있고, 이번 후원자는 어떤 반응일지 참 궁금하다.
여기서 잠시 인터뷰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스프린트 책에 나온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보고 가자.
2008년에 조는 두 친구와 함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세 사람은 자신들이 새로운 온라인 마켓과 관련하여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웹 사이트를 구축해서 오픈했고 완벽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몇 달에 걸쳐 개선 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이 서비스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몇 안되는 고객을 얻고 약간의 매출을 올렸지만, 제자리 걸음이어서 –일주일에 200달러 밖에 벌지 못했다.-임대료를 낼 돈조차 부족했다. 창업자들은 자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사업이 호전되기를 바라며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기술적인 작업을 멈추고 사무실을 나가 소수의 고객을 직접 찾아간 것이다. 이들은 고객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한 번에 한 명씩 고객이 자사 웹사이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조는 이 인터뷰를 “괴롭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이들이 만든 웹 사이트는 오류 투성이였다. 간단한 문제 – 달력에서 날짜를 선택하는 등 – 사람들이 헷갈리기 일쑤였다.
사무실로 돌아온 조와 공동창업자들은 일주일 동안 가장 눈에 띄는 문제를 고친 뒤 새 버전을 내놓았다. 그러자 매출이 일주일에 400달러로 두 배나 늘었다. 조가 놀라서 회계 시스템에 오류가 난 건 아닌지 확인해볼 정도였다. 하지만 진짜 매출액이었다. 힘을 얻은 세 사람은 한 차례 더 인터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웹 사이트를 개선했다. 그러자 매출이 1주에 800달러로, 1,600달러로, 3,200달러로 계속 두 배로 뛰었다. 그리고 이런 성장률은 계속되었다.
이 스타트업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현재 이 온라인 환대 서비스에는 190여 개국, 3만 개가 넘는 도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 용자는 3,500만명을 넘어섰다. 정말로 기막힌 아이디어였다는 게 입증되었지만, 이런 성공에는 인터뷰의 뒷받침이 필요했다. 조는 “우리가 꿈꾸는 비전과 고객들 간에는 거리가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둘을 조화롭게 하려면 사람들과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인터뷰는 창업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고객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알려주었고 창업자들이 보지 못하던 문제들을 드러냈다.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비전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비전과 결합해야 하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비전과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실제 이용자들에게 효과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한다고 꼭 에어비앤비처럼 성공하리라는 약속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으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스프린트 1인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스프린트 2를 기획하고 새로운 팀원을 모집했다. 그 간의 진행과정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 세세하게 브런치 기사도 쓰고 사내 메일도 스팸처럼 날렸지만, 참여가 저조하다. 직원들이 지나가며, "관심은 있지만 현업이 바빠서 못하겠다"고 하신다. "그간의 성과는 괄목할만 하다." "어떻게 3일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지?" "하면 되는구나." 이런 의견은 주시지만, 참여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신다. 어떤 분은 "참여자를 직접 지정해서 해당부서에 요청하라"고 하지만, 자발적 참여와 스프린트 과정에 대한 신뢰 없이는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그런식의 방법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다시 한번 느낀다. 사람처럼 조직도 바뀌기 참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에서는 해왔던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것일테고, 주어진 것들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것만해도 벅차다. 새롭게 무언갈 하기에는 실패할 때의 비용도 있고,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계속 그대로 그대로 하던 것들에 열심이다. 그렇게 해도 뭐라할 사람은 없으니까.
사람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가장 최적으로 맞춰서 행동과 성격, 체격을 맞춰 왔듯이, 기업도 마켓 환경에서 살아남은 비법(전략, 프로세스, 규정, 조직, 인사)들을 고수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조건을 유지하던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는 그것들이 덫이 되지 않을까 하는게 나의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한다. 오늘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 병원 한구석 침대에 눕게되는 인간의 몸처럼, 기업도 지금 익숙한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과 바뀐 환경으로 인한 바이러스들이 쌓이게 되면 결국 몸져 쓰러지게 되기 때문이다. 용한 의사가 없기에 예방처치는 못받았지만, '여기 아파요, 여기 이상해요'하는 몸의 신호는 귀 기울여 들고 진료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