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는 배움의 과정이다
두번째로 만든 프로토타입인 '프로젝트 뱅크' (직원 내부용 사업제안서 모음)을 4일만에 제작하여 테스트를 해보았다.(4일안에 프로토타입 만들기) 내부 직원(모금담당)이 프로젝트 뱅크 사용을 통해서 모금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 목적이었고, 이에 따라서 우리는 인터뷰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검증하지 않고 설문조사로 대체하여 검증과정을 진행했다. 설문 기간은 일주일, 3일동안 너무 잠잠해서 스타 벅스 커피 쿠폰을 2장 내걸고 설문을 독려하니 몇 분이 더해주셔서 11명의 직원이 설문에 응해주셨다.
(스프린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인터뷰라고 할 것 같다. 섭외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원하는대로 지역본부에서 모금담당하는 직원이 과반이상 참여해주셨고, 본부 직원이 나머지 반정도 참여를 했다.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은 우리가 개발한 프로젝트 뱅크가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였다. 전반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할 지역본부 직원들의 의견을 보면 도움이 된다 반, 도움이 안된다 반이었다. 지역본부 직원들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움이 안된다는 반응이 반이나되어 사실 당황스러웠다.
프로젝트 뱅크 이용 만족도에 대한 질문을 10점 점수로 매겨보도록 하였다.
7/8/9점이 많긴 하지만, 업무 기여도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사용할 지역본부 직원의 점수가 좋지 않은 쪽에 반이 몰려 있었다.
Ref. 설문질문: https://goo.gl/forms/Dhu0bioJs29LBEQy1
프로젝트 뱅크를 함께 만든 스프린트 팀과 함께 설문의 결과를 하나씩 보면서 토론을 하면서 부족했던 점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마케터가 모금 가능한 사업을 파악하기 어렵고, 개발되어 있는 제안서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프로젝트 뱅크를 개발하였다. (“어떻게 하면 마케터가 모금이 필요한 모든 사업을 한 눈에 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 후원자의 니즈 충족하는 자원과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사업이 잘 연결되어 필요한 자원이 필요한 곳에 잘 연결될 수 있다는 가정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모금 현장에서는 개발가능한 사업의 문제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실제 설문 응답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의견이 거의 없다. 대부분 제안서의 형식, 제안서 콘텐츠, 디자인 등의 언급이 훨씬 많았다. 우리가 던졌던 스프린트 질문부터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스프린트 팀을 구성할 때 프로젝트 뱅크와 연관된 직원들을 모두 포함했어야하는데 마케팅 직원들을 포함하지 못했다. 워낙 바쁘다고 하니 이런 자발적인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이 부담되어 사업담당자들만 재빠르게 모아 스프린트를 진행했다. 사용자 입장(제안서를 사용할 모금담당직원)이 아닌 공급자(제안서를 수급할 사업담당자) 입장에서 아이디어가 구현되다보니 우리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결국 쓸모없는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이된 셈이다. 스프린트 팀에 본질적 문제를 짚어줄 모금관련 직원이 한명만 있었어도, 우리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전에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우리는 수고를 훨씬 덜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설문을 할 때 프로토타입인 프로젝트 뱅크에 관련된 질문만 했어야하는데, 웹제안서에 대한 질문을 곁가지로 끼워넣었다. 다음에 생각하고 있던 스프린트 주제가 제안서 관련이라서 그에 대한 의견을 좀 듣고 싶었다. 프로젝트 뱅크에 있는 제안서 형태(사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PPT 제안서에 있는 내용 중 필요한 내용만 가져다가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를 기반으로 의견을 듣고 반영하여 제안서를 만들고 싶었기에 그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 넣은 것이다. 그러나 설문응답자들은 프로젝트 뱅크보다는 제안서에 개선에 대해서 질문에서 더 구체적이고 많은 의견을 주셨다. 스프린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한가지만 집중했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웹제안서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프로젝트 뱅크 개발 중단: 설문결과 프로젝트 뱅크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와 만족도가 긍정적으로 도출되었다. 그러나 더 면밀히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모금담당자들은 프로젝트 뱅크에 대한 욕구보다는 후원자의 욕구에 맞는 제안서 개발을 더 중요하게 하게 생각하고 있다. 프로젝트 뱅크가 도움은 되지만, 자원 연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프로젝트 뱅크 개발은 중단하기로 했다. 제한된 자원을 더 좋은 곳에 써야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프로토타입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번째 스프린트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더 확실하게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