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를 활용한 집단학습 개발과정 체험기
조직의 경영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의 경영역량이란 리더부터 구성원까지 갖추고 있는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전통적 경영기법의 기술적 도입 뿐 아니라 조직의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실행 능력과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조직의 경영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이 경영에 관심을 갖아야 할 뿐만아니라 경영에 대한 배경 지식과 학계에서 검증되고 선두하는 기업들이 적용하는 최신의 경영 기법에 대한 학습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비영리기관은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구성원도 부족하고 리더십에서도 경영을 제대로 배운 경험이 있는 분을 찾기 어렵다. 보통 팀장, 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조직은 운영해보았지만, 경영대학원이나 코스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그렇다고 MBA를 수료한다고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수년전에 회장직을 외부채용하여 국내외 영리기업에서 최고임원으로 은퇴하신 분을 회장으로 모셔왔고, 그분이 전문경영인으로써 조직내 체계를 보강하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오래된 성공경험이 빠르게 변화는 환경에서 동일한 성공을 이끌수 없다는 것이다. 2,3차 산업기반에서 성공한 경험들이 체계적 정리를 통해서 경영 기법으로 변한 것인데 (테일러, 도요타, MBO 등등..) 이런 방식들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성공하는 기업, 조직들은 뭔가 다르다고 한다. 세분화된 다양한 세대가 한데 어울려 조직이 굴러가다보니 다양한 세대와 일하기 위한 방법이 경영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중장기 계획이 중요하던 전략 기법들이 민첩한 방식의 애자일 전략실행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업무 공간과 시간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조직문화는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요인이 되다.
나는 이런 변화에 우리 기관은 무감각하다고 느꼈다. 업계 최초로 BSC를 도입하고, 인력 컨설팅을 통해 HRD를 도입하였으며, 화장실 비데를 최초로 설치했고, 브랜드팀을 만들어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까지 만들었지만 변화를 쫓아가기에는 속도가 매우 더디고, 탑다운 방식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다른 조직은 어떻게 하고 선두 주자들은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배움과 학습이 조직내에 전무하기에 간접경험으로라도 그런 지식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조직내 CoP*를 통해서 개인의 역량 강화에서 조직의 역량강화로 진화하는 3년의 과정을 진행했고, 현재 시즌 3를 운영하고 있다.
*CoP(Community of Practice, 학습동아리)
나는 인도 델리대에서 MBA를 하였다. 벌써 10년이 다 된 옛날이지만, 그때의 학문적 경영 지식들을 실제 회사에서 경험하면서 하나씩 다시 체득하고 있다. (MBA는 실용학문이지만 나는 학부를 마치고 바로 MBA 코스를 들어서 회사 경험이 없던 나에게는 그 수업내용들이 매우 학문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런 지식들을 계속 업데이트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나는 지속적인 경영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여 전문 경영잡지인 Harvard Business Review(HBR)를 읽기 시작했다.
경영의 최신 트렌드와 지식은 개인적으로 업데이트 되지만, 이에 대해서 같이 읽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했다. 조직에서 CoP로 사내 모임을 활성화하기 시작했고, 나는 CoP 모임을 조직하고 관심이 있는 직원들과 함께 기사를 읽고 요약하여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시작했다. 아직 HBR 한글번역본을 살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HBR 영문본을 읽는 것에 대해 직원들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참여하고 싶은 직원들도 영어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기사를 읽고 끝내던 때와 비교하면 그룹 학습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그룹학습은 번역 요약한 내용을 내가 속한 팀과 부서, 혹은 관련있는 팀에 공유하는 정도 활동으로 집단학습으로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년을 그렇게 모임을 운영하면서 얻은 배움은 "이 좋은 걸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 좋은 내용은 함의를 뽑아내어 조직에 적용하고 싶다"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HBR 기사가 한글이 되어야 직원들이 부담없이 자료를 읽을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추가예산을 요청하여 한글판 HBR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시즌1과 동일하게 전사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토론모임을 계획했다.
짤막매거진 개간: 새롭게 '짤막매거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경영기사를 정기적으로 공유받기 원하는 직원들의 구독신청을 받아 짤막하게 나의 생각을 달고 기사를 공유했다. 그룹보다 더 크게 열린 토론을 하고 싶어서 사내 포럼도 기획은 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 포름은 진행하진 못했다.
조직학습의 결과물: 좋은 반응들이 많이 있었다. 부산지역의 CoP 모임에서는 공유한 기사들을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콜센터 상담직원도 콜센터 관련 기사를 적용하여 개인적으로 업무에 반영한 사례도 생겼으며, 기사에 소개된 조직문화 사례를 활용하여 우리조직의 문화를 측정하고 개선점을 도입하려고 했던 인력실 사례도 있다. 모두 자발적 적용사례들이고 이를 통해서 조직내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즌2에서 조직의 학습을 경험하면서 나같은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이 기사를 읽는 양은 한정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기사를 읽고 그것을 나누면, 몇 사람만 모여도 더 많이 좋은 기사들을 직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즌3 에서는 조직학습이 진화하여 집단학습이 되기를 목표로 CoP 운영계획을 짰다.
국내비즈니스잡지 추가: 우선 잡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HBR은 해외 사례들이 많아서 좀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좋은 사례들은 배울점과 적용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을 하나 더 추가했다. CoP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읽고 싶은 기사를 정독하고 생각하고 리뷰를 달아주면 짤막매거진으로 사내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했다.
짤막북스 개간: 잡지 기사의 한계도 있다. 잡지에 올라온 짧은 기사는 지면의 한계로 인해서 심도 깊은 지식을 전달하기 어렵기에 좀 더 심화학습이 필요하다. 경영관련 책을 한달에 두 권 정도 읽는 것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그리고 사내에 있는 독서광들과 독서 CoP등을 통해서 자기네들끼리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은 서로 추천해주고 나눠볼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보았다.
E-매거진 개간: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 불현듯(나에게 아이디어 창출 공간을 뽑으라면 샤워하는 화장실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단학습이 100명 남짓한 짤막매거진 구독자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사를 읽어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좀 더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다가 매우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으로 엘레베이터에 매주 좋은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어제 공유한 기사를 예쁘게 디자인하여 엘레베이터에 게시했다. 이름하여 "집에갈때 이글어때"라는 타이틀을 달고 '퇴근하며 하는 경영공부'라는 부제목을 달아주었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직원들이 관심가는 주제에 대해서 기사를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올해 벌써 6회의 기사를 발간했지만, 아직 CoP 멤버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집단학습을 위해서는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데, 기사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활동인 것 같다. 올해 집단학습을 계획한 올해 말에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