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결국 고객이 답이다
아래 이야기는 스프린트 책에 나온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스프린트 방식을 선택한 이유기도 하고 스프린트 방식의 핵심이 이 스토리에 담겨있다.
1996년 8월 어느 날 저녁, 나이절 뉴턴 이라는 출판업자가 한 더미의 서류를 들고 런던의 소호 지구에 있는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 서류 중에는 검토해야 하는 책의 샘플 50페이지가 들어 있었지만, 뉴턴은 그 책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벌써 8개의 다른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원고였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샘플 페이지들을 읽은 건 뉴턴이 아니었다. 뉴턴은 여덟 살짜리 딸 앨리스에게 원고를 건네주었다.
한시간 뒤 방에서 나온 앨리스의 얼굴은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빠!” 앨리스가 말했다. “다른 어떤 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요.”
앨리스는 계속 그 책 이야기를 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앨리스는 뉴턴이 나머지 원고를 구할 때까지 – 몇 달 동안 –아빠를 졸라 댔다. 결국 딸의 강력한 지지에 솔깃해진 뉴턴은 작가와 약소한 금액에 계약을 맺고 500부를 출판했다. 이렇게 해서 가까스로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이다.
그뒤 이야기는 당신도 익히 알 것이다. 오늘날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수억 권이 발간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런데 출판업자들이 어찌하여 그런 오판을 했을까? 아동 출판업계의 전문가 여덟명이 <해리 포터>를 퇴짜 놓았고, 아홉 번째 출판업자인 뉴턴도 겨우 500권을 출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여덟 살짜리 꼬마인 앨리스는 이 책이 “다른 어떤 책보다 훨씬 재밌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앨리스는 <해리 포터>의 잠재력을 분석하려 들지 않았다. 표지 그림이나 유통, 영화 판권, 테마파크 따위가 머릿속에 없었고 그저 자기가 읽은 것에 정직하게 반응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예측하려 애썼지만, 그 예상들이 빗나갔다. 앨리스는 실제로 아이여서 올바른 판단이 가능했다. 그리고 앨리스의 아버지는 현명하게도 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절 뉴턴은 앨리스에게 <해리포터>원고를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어렴풋이 내다봤다. 책을 출판하기로 마음먹기 전에 표적 고객이 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본 것이다. 스프린트는 당신의 팀도 이렇게 미래를 체험하여 현재를 바꾸는 경험을 할 것이다. 표적 고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먼저 알아본 다음에 비용과 노력을 들여 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할 것이다.
(출처: 스프린트 中)
스프린트를 한줄로 요약하면,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시제품을 개발하여 타겟고객의 반응을 통해서 배움을 얻는 과정이다. 많은 투자 없이 단 5일이면 실물로 볼 수 있는 시제품이 나오고 그걸 타겟 고객이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스프린트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 기관이 하던 방식과 비교해보자면, (모든 업무가 그렇진 않겠지만) 연간 업무에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주요 업무로 넣는다. 연간 업무 계획으로 1년간 계획-개발-실행-평가를 진행한다. 상품 계획을 1-2개월하면서 파일럿 TF를 구성한다. 업무 협조를 보내고 계획서를 만들어서 리더십에 보고하고, 다른팀 팀장님께 송부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필요 인력을 요청하고 하는 과정이 소요된다. TF 참여하는 직원은 개목합(개인목표합의서)에 넣어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승인이 떨어지면 TF 킥오프와 함께 힘든 과정이 시작된다. TF와 함께 파일럿을 3-4개월 진행하며 개발을 하고 런칭하여 2-3개월을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다. 그리고 1개월 평가를 하고 리더십에 보고하고 그에대한 후속으로 차년도 계획을 한다.
문제는 파일럿 상품/서비스를 만들어내기까지도 엄청난 비용이 들고, 만약 그 파일럿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우리는 1년간 공들여 만든 상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것은 온전히 기관에 손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스프린트는 다르다. 단 5일간 시제품을 완성하여 테스트까지 하기에 비용이라고 해봐야 크지 않고 실패해도 큰 손실도 아니다. 스프린트는 스타트업이 린방식으로 살기위해 만들어낸 방식이기에 그렇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고 한 달 살아남기도 어려운 스타트업은 개발하는데 1년의 투자를 하기에는 어렵다. 오늘 실패하면 내일 문닫아야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기에 성공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그리고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스프린트는 그냥 한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배움이 있는 과정이다. 시제품이기에 완성품과는 달라서 어설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바꾸고 고치고 의견을 반영하여 업그레이드된 시제품을 만들기도 쉽다. 1사이클의 스프린트의 결과물은 다음 2사이클의 스프린트 시제품에 영향을 주고 그런식으로 스프린트를 거치면서 시제품이 진화하여 "이만하면 됐다"할 때 우리는 완성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이미 고객의 반응이 확실한 상품이기에 성공할 확률은 훨씬 높아지고 실패할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배움의 과정은 그렇게 스프린트에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스프린트는 기관의 의사결정자들과 함께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한 스프린트는 아직 의사결정권자들과 하지 않았지만(조직이 크다보니 의사결정권자가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다.) 스타트업은 의사결정권자가 참여하지 않을수 없다. 의사결정권자가 이런 배움의 과정인 스프린트에 참여하면 새로운 변화와 상품에 대한 투자들을 확신을 갖고 신속하게 할 수 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현재 우리 기관에서 내가 하는 방식) 나는 스프린트를 하기 위해서 리더들의 승인을 받고 인력을 모아 스프린트를 진행하며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얻어 배움을 갖고 그걸 문서로 정리하여 리더들에게 보고하고 투자를 권유하여 의사결정을 기다린다. 참여하지 않은 리더들이 스프린트의 배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배움이라도 기관차원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에 스프린트의 핵심은 실무적 역량이 있는 리더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리더들과 내부 직원들과 스프린트의 배움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정도의 이유라면 스프린트,
꼭 해봐야 하는 기획실행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