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Day-1 AM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의 첫 발을 내딛는다.
사업담당자, 지부모금활동가, 크리에이터. 평소에 팀으로 잘 모이지 않는 조합이기에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이 살짝 얹어진다. 사실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아직까진 기관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참여 자체가 자발적일수밖에 없다.
PNS 사업과 관련된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메일에 담아 지역본부를 포함한 전사에 스팸메일처럼 여러 번에 걸쳐 구인광고를 냈다. 이런 일에 적극적인 팀장님, 과장님, 대리님이 신청을 해주셨다. 연초에 마케팅 지역본부는 모금활동으로 가장 바쁜시기이다. 지역본부의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모금활동가들 뒤에는 지역본부장님과 팀장님의 지원과 응원이 있다. 물론 지원하였지만, 팀장님의 승락을 받지 못해 참여하지 못한 직원도 있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려면 모바일 화면을 구현할 모바일웹디자이너가 필요한데, 그런 역량을 가진 직원은 700명이 넘는 전사 직원 중에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런 직원들은 몰려있는 업무로 인해서 참여하기에 버거울수 밖에 없다. (기관에서 3년전에 디지털에 대한 방향성은 전략적으로 설정해놓고 거기에 대한 인력 수급 계획도 없고..직원의 디지털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만 고민하고 있다..이런 부분은 좀 답답하다..)
그래도 일단 들이대보자, 그렇게 관련 팀에 연락을 돌려봤지만, 돌아오는 건 공허한 메아리.. 낙담하며 외부에서 수급을 해야하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지나가며 "우리 팀에 인턴 샘이 그런거 하지 않아요?" 한마디 던지신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그 인턴분(케일리님)이 예전 회사 업무에서 모바일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어서 관련 툴을 다룰 줄 안다고 한다.
Oh My God!!! 말그대로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님이다. 스프린트 책에는 맥북의 키노트를 사용하여 프로토타입을 웹사이트처럼 구현하였는데, 우리는 Adobe XD(이 프로젝트 전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세상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모바일 화면을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었다. 케일리님이 없어다면 우리는 원시적 방식으로 MS powerpoint를 사용하여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모인 팀원들과 함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의 첫 발걸음을 자기 소개와 스프린트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나누면서 시작했다.
간단히 스프린트 과정에 대한 소개를 하고 Ground rule도 정했다. 직책과 역할이 다르기에 직급과 본명으로 호칭하지 않고 영어 닉네임으로 부름으로써 나이, 직급, 경험을 벗어나 자유롭게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프로젝트에 참여는 하지만 바쁜 현업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쉴새없이 전화오고 문자와 카톡으로 연락이 오면 능동적인 참여와 창의적 사고에 방해가 될 것이기에 핸드폰은 뒤로 멀리 놓고 쉬는 시간에만 잠시 이용하기로 하였다.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첫번째 토픽은 방향성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가 스프린트를 하는 목적을 정하는 것이 스프린트 전체 과정 중에 가장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5일간의 짧은 과정 중에 합의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갈팡질팡 하다가 끝나는 생산적이지 못한 회의처럼 끝나버릴 수도 있다.
장기 목표를 정하는 것은 우주선이 달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궤도를 정확하게 맞추는 과정과도 같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 나와도 만약 장기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 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단기목표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우주선의 궤도는 정확하게 지구로 돌아오는 길이지만 에어필터가 고장난 것이다. 산소가 없어 숨막혀 죽는 것처럼 단기 목표가 없는 것은 허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장기, 단기 목표가 있다하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짧은 5일의 스프린트 기간안에 단기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 중에 우리는 하나만을 선택하여 그에 대한 솔루션을 도출하고 그것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작은 퍼즐 조각이 스프린트 질문이 되는 것이다. 우주선의 무사 귀환을 위한 다양한 문제들 중에 현재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안전한 착륙이 그것이다.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정하고 스프린트 질문을 정해야하는데, 단기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핵심 스프린트 질문이 너무 많이 나왔다. 우리가 5일간 해야할 과업을 정해야하는데, 많은 선택지가 나와서 결정하는게 쉽지 않다. 핵심 스프린트 문제를 정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뤄놓아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같이 한번 고민해보자.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 '지도 그리기' 활동이다.
현재 기업/기관에서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value chain을 그려보는 것이 지도그리기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도식화하여 어떤 활동들이 그 서비스를 구성하는지 함께 이해하는 것이다. 지도 그리는 과정을 통해서 그 서비스의 구성 활동들 그리고 후원자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만나게되는 상황과 담당자 그리고 직원들간의 상호 작용 등 다양한 정보가 드러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PNS 서비스를 보면서도 지부 모금 활동가, 본부의 사업 담당자가 보는 시각이 다르고 생각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맡은 역할과 하는 업무, 그리고 각 직무별로 중요성이나 우선순위가 다르기에 같은 PNS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다른 정보와 생각이 전체 Value chain에서 장애와 어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라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직원은 별로 안되는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그냥 간과하고 지나가던 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기관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분적인 것들만 손을 쓰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직원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전체를 보며 판을 인해하고 그 과정을 진두지휘할 소위 말하는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통해서 사업담당자는 모금활동가의 고충을, 그리고 모금활동가는 사업담당자의 어려움을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막연히 알고 있던 그런 어려움을 직접 피부로 와닿게 이해한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는 것을 이번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래 도표처럼 우리가 만든 PNS 지도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이 지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참여한 스프린트 팀원들은 이 과정 전체를 이해하는 더 큰 시각을 갖게 되었다. 판을 이해하는 그 시각이 단순하게 '네 일 내 일'의 문제가 아닌, PNS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시작점으로 스프린트프로젝트를 셋팅하게 만들었다.
우
우리가 그린 PNS 지도는 우리만의 지도이다. 이 것을 더 객관화하고 혹시라도 지도내에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다른 화살표 길이 있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끼리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이 서비스를 담당했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한다. 이 '지도 검증 과정'이 전문가 의견 구하기 단계다. 그 과정은 오후에 점심 먹고 시작하게 되었다.
책에 나와 있는데, 스프린트 과정 중에는 점심을 좀 가볍게 먹어야 한다. 샐러드나 간단한 식사가 좋다. 그래야 점심에 몰려오는 강력한 식곤증을 피해갈 수 있다. 머리를 많이 쓰는 과정인데 당떨어지는 것 아냐?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당연히 그럴 때마다 보충할 수 있는 당충만한 간식도 준비해놔야 한다.
첫날 오전 시간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쓴 것 같다..
오후에는 또 어떤 과정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