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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리고 심천

다시 찾은 기억

by 제주로컬조이

반년만에 중국 심천을 다녀왔다.


6년이라는 시간을 머문 곳.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기를 겪었던 애증 섞인 곳. 하지만 집 같기도 한 익숙한 곳. 상공에서 내려다 보이는 거리 불빛과 눈에 익은 광경이 무척 반가웠다. 사실 기내에서 들리는 중국어와 기내식 냄새에 이미 반쯤은 중국에 도착한 듯 정겹기도 했다. 방학을 이용해 잠시 한국에 머물다 집에 돌아온 느낌도 들었다.


심천에는 가족과도 같은 지인들이 있다. 어려운 시기와 타지 생활을 함께 지나 온 사람들. 심천대에서 같이 중국어를 공부한 다문화 가정의 아는 동생,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6년째 가르쳐주고 계신 소녀 같은 중국어선생님. 어디서든 어려울 때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친정 엄마 말이 떠오른다. 맞벌이하면서 아이들을 4년 가까이 돌봐준 안후이 출신 이모님도 떠오르고 마지막에 짐 정리를 하고 떠나온 해변뷰의 큼지막한 집의 안주인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한국인은 이쁘다고 그렇게 칭찬을 했더랬다.


발을 딛는 순간 습기 먹은 공기, 마라향이 가득한 음식 냄새,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들이 온몸을 휘감는다. 습관대로 목적지까지 디디 (한국의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니 눈앞에 5분이 채 안되어 나타났다. 좐처어 (프리미엄 택시)를 타면 시내까지 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고급진 기사님의 서비스를 받으며 공짜물도 마실 수 있다. 그렇게 편안하게 몸을 기대며, 참 편리하게 살았었지 지금의 제주도 촌 삶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이라며 되뇌었다.


허마 (한국의 GS슈퍼마켓)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단 1개를 주문해도 배송비 없이 30분 내에 집으로 가져다준다. 라이더의 노란 귀 달린 헬멧이 눈에 띄는 메이투완 (한국의 배민)을 이용하면 한 밤중 구급약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길가에는 5천 원이면 30분 동안 시원하게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샵이 즐비하니, 캐시충전은 기본이다. 시간당 6천 원 정도면 집청소를 위한 이모님을 부를 수 있고, 300원이면 공공버스와 지하철을 마음껏 탈 수 있다. 휴대폰 배터리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걱정 없다. 길거리에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가 도처에 있어 사용 후 이미 먼 길을 갔다면 인근 가맹점 기기에 반납하면 된다.


돌이켜보면 일상을 편하게 해 준 것들이 참 많았다. 그런 일상의 일부인 도시에 다시 돌아와 향수는 고국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행한 큰 아이의 얼굴에도 연신 웃음이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이 있고, 떠나올 때 미처 작별을 고하지 못했던 것들이 남겨진,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자유와 용기를 실험한 곳.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는 이중 언어의 고통은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친구들과 중국어와 영어로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 그때도 역시 우린 나름의 상황에서 행복을 누리며 잘 살았다 싶은 안도감이 든다. 겨울이면 작은 아이도 데리고 다시 가야겠다. 우리에겐 행복의 추억 조각이 묻힌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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