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1. 효율

효율의 함정

by Life like Joy

‘효율’이란 나에게 오랫동안 시간 관리를 의미했다.


결혼 한지 올해로 18년. 두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 생활에 길들여진 후, 나를 중심으로 한 자기장에 떠다니는 분자와 같은 사회, 가정, 개인 생활을 능숙하게 정렬하여 하루라는 집합체로 만드는 오케스트레이션. 이것이 내게는 효율이라 정의되는 삶의 스킬, 응당 갖춰야만 하는 생존 능력이 되었다. 내 생에 지각은 없다며, 사계절 잰걸음으로 회사를 출근하던 주 중의 나, 이런 워킹망의 죄책감을 씻고자 어린아이들과 응축된 주말 시간을 보내겠다며 미술관, 박물관, 놀이동산, 워터풀장 등 늘 꽉 찬 나들이를 이행했다. 완벽한 자식이 되려는 욕심에 가족의 대소사는 시간이 부족하면 돈으로 효율을 발휘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러한 효율의 결과물이라 해야 할까. 남편의 구글 드라이브 안에는 거실 바닥, 식탁 의자 위, 지하철 안 등 여기저기 지쳐 쓰러져 자는 (꾸벅이며 조는 것에 가까운) 내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는 나이가 들면 갤러리에 개인 전시라도 할 참인 듯하다. 나는 과연 삶을 효율적으로 리드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효율>이란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을 말한다. 시간 내 처리한 일의 양으로 따지면 꽤 효율이 높은 가성비 갑의 삶을 산 것 같다. 효율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간 내 열 가지 일을 해내면, 관성이 붙어 한 두 가지 일을 더 하는 것쯤은 너끈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내가 추구한 효율은 굴레 안에서 끊임없이 챗 바퀴를 돌며 더 발을 빠르게 굴려야 하는 나를 만들어 낸 것, 그래서 더 많은 내 쓰러져 지쳐 잠든 사진을 양산해 내는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


20대의 내 취미는 - 사실 취미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운 - 명동 충무로김밥 2층에서, 길거리가 훤히 보이는 카페 창가에서, 집까지 한 시간쯤 내달리는 직행 버스 창가 자리에서 내 시선에 걸리는 사람들, 풍경, 시간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MP3에 저장된 노래 열댓 곡이 무한 재생되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찰나의 모습들이 내 안에 공존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명주 실을 짜듯 수많은 생각의 고리를 엮어낼 수 있었다. 나와 가족의 관계, 어제 친구와 나누었던 취업에 대한 생각, 어렸을 때 끄적였던 동시 한편 등 방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명상하듯 하려면 도저히 잠을 이길 수 없어 해낼 수 없었던 생각의 수행. 그 시간들을 효율의 단편적인 결과물로 따지자면 비효율의 극치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한 두 끼는 제 손으로 해결하는 오늘이 되어보니, 그런 비효율적인 나의 옛 모습이 좀 그립다. 아니, 효율이라 정의했던 내 능력에 대해 되돌아보고 싶어진다.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해내려고만 했지, 어떤 일이 더 중요한 지 그리고 덜어낼 수 있는지 왜 선택하려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이다. 삶의 여유가 생기는 50세가 가까워져서 일 수도, 덜 각박한 제주에 살기 때문에 든 생각일 수도 있다. 경험이 축적된 나이 덕분으로 내 얼굴에 느는 주름만큼이나 생각이 무르익는 것일 수도 있겠다.


찰스 핸디의 저서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언급된 4가지 노동 - 유급, 가사(육아), 선물(봉사), 학습 노동 - 을 들여다보니 어쩐지 아차 싶다. 지금까지는 일과 삶을 칼 같이 양분하여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효율이라는 강박으로 무장했던 게 아닐까. 내가 이행한 모든 것들이 가치 있는 노동이고, 충분함의 기준을 낮출수록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는 늘어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양보다 질에 초점을 두고 내 삶을 리드하며 살 수 있다는 문장에 감탄하며.. 그 무엇보다 올해 다짐은 노트북에 머리를 처박고 열심히 타자를 치는 중에도 남편이나 아이들이 다가와 말을 걸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눈을 마주치며, 다정한 눈길로 경청하는 것이다. ‘엄마 지금 바빠’라며 아이를 물리고, 지금하고 있는 일을 후다닥 5분 만에 끝내고 다시 아이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늦다.


깨어있는 하루 동안 효율의 굴레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형태의 노동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사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 하루쯤은 하얀 파도가 출렁이는 짙푸른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동네 카페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멍 때리기 1등에 도전해 보듯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질문 한 가지에 집중해 볼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