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인생은 마라톤이라며...

by Life like Joy

아이들 학교 학부모 동아리에서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가 여부를 물어왔다. 성산에서 출발, 총 10km 코스란다. 몇 만 명이 참가하는 꽤 큰 규모의 대회인지 벌써부터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처음 뛰는 사람들 마저도 의욕에 차 보였다. 나는 속으로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남편, 우리 네 식구는 곶자왈 코스를 달리는 5km 마라톤에 도전했다. 사전 신청은 두 달 전에 한 것 같은데, 사실 그 사이 체육관에서 달리기는 한 번 했는지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근 요가를 시작하여 속근육을 만들고 코어를 잡는데 집중하느라 사실 달리기는 한참 뒷전이었다. 그리고, 바로 내일로 닥친 마라톤! ‘일주일 전부터 집 앞 운동장에서 30분이라도 달릴 걸 그랬나…’ 갑자기 내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남편은 달리는 코스가 울퉁불퉁해서 트래킹 전용 운동화를 사야 한다고 진작부터 나를 채근했었다. 한 번 달리는 건데 굳이 운동화까지 사야 하냐고 단칼에 거절한 게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마라톤 대회 1시간 전, 200명이 달리는 소규모 이벤트여서 그런지 사람이 얼마 없었다. 우리는 선착순으로 20번대 번호표를 받았다. 스타트를 할 때 번호순으로 출발한다고 했으니 나에게 유리함이 분명했다. 간단히 몸을 풀고, 물을 마시고, 허리에 찬 러닝 포켓 위치를 고쳐 메고, 혹시 모를 콧물, 땀 홍수를 대비해 손수건이 주머니에 있는지 확인했다. 우렁찬 출발 소리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소프트런’이라며. 빨리 뛰다가는 분명 얼마 안 가서 쓰러질 거야. 출발하자마자 마음의 소리로 나를 위안한답시고, 주문을 걸었다. 500m 정도 달렸을까, 나와 페이스를 맞추겠다던 남편의 뒷모습은 저만치 앞에 가있고, 출발 소리와 함께 야생마처럼 뛰어나간 아이들은 이미 반환점을 돌아 나와 반대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2km가 넘었다.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슬슬 나를 앞지르기 시작하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종아리 뒤쪽이 당겨오면서 ‘소프트런’이 도저히 무리임을 느꼈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두 분이 마지막 finish 라인을 통과할 때 어떤 포즈를 지으며 들어갈지 담소를 나누며 무심히 내 옆을 지나갔다. 곧 두 분의 뒷모습이 저만치 멀어져 갔다. 내 앞 대각선으로 두 손 잡고 걷던 커플도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니 오래 달려 완주하는 게 인생이라고. 그런데 결국 마라톤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하루하루 조금씩의 달리기로 채워지지 않으면, 그 긴 마라톤 여정도 쉬울 리가 없다. 3km를 지나 4km를 지나서야 달리는 게 좀 편해졌다. 걷고 뛰기를 수차례. 포기하지는 않았다. 사전 신청 후 매일 조금씩 달리기를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까 싶은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내 뒤에 들어온 사람들은 200명 중 몇 되지 않을거다. 마지막 반환점을 돌며, 봉사자가 무선 마이크로 상대방에게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고 한 얘기를 들었으니..


그래! 누구든 자기 페이스가 있고,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도 결국 finish 라인에 가서야 잘 해낸 걸 알 수 있다지. 내 인생의 마라톤을 잘 완주하려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려면 매일 성실히 연습을 해야겠다. 그렇듯 하루를 잘 살아내다 보면, 내 마지막 순간이 후회보다는 잘했다는 칭찬 일색이 되지 않을까 말이다. 그래서, 10km 국제마라톤대회에 도전해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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