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꿈꾸는 그녀들
어떤 사람들이 같이 수업을 받게 될까?
직업교육 첫 수업 시간.
15분쯤 미리 도착해서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와 다대다 면접을 함께 본 나머지 세 명은 보이지 않는다. 떨어졌나 보다. 면접장에서 봤던 사이인지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어색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보인다.
눈이 마주쳐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늘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그 흔한 학부모(엄마) 모임에 참여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사실 있어도 나는 그다지 잘 어울리는 부류가 못 되었다.
30분쯤 이야기하다 보면, 그룹에서 소외되어 무슨 소리인지 귓바퀴에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결국엔 집중하지 못한 채, 어느 대목에서 의자를 빼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야 하나 시계를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수업이라기에, 분명 내가 상상하고 아는 그런 엄마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단정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난 긴 경력자니까’ 하는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어색함을 털어내는 자기소개 시간이 다가왔다.
교육 인원은 총 15명.
작은 교실을 가득 채운 여성들은 20대에서 많게는 60대까지 다양했다. 가나다 이름 순으로 한 명씩 일어나, 약 5분 정도의 짧은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L이 말했다.
“5세, 2세 아이가 있는 갈치 엄마예요.”
“인별 라이브 방송으로 생물 은갈치를 팔아요. 농수산물을 다 팔아보려고 왔어요.”
그녀는 손에 든 핸드폰을 열어 본인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스피커를 통해 우렁찬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자~ 배가 들어옵니다~ 갓 잡은 싱싱한 갈치가 오고 있어요, 여러분~”
아침이라 게슴츠레했던 내 동공이, 반사신경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다음은 앳되어 보이는 P가 말했다.
“육지에서 직장을 다니다 몸이 아파서 건강 회복 차 내려왔어요.
남편과 함께 땅을 일구며 4년의 시행착오 끝에, 올겨울 첫 만감류 수확을 합니다.
제가 열심히 키운 귤을 잘 파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또 다른 P가 말을 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외식업을 세 번 했어요.
코로나 이후 잠시 쉬고자 제주에 왔는데, 이제 숙박/부동산업을 시작해 보려 해요.”
가장 나이가 많은 60대 중반의 K는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레드키위 농사를 해요. 스마트스토어로 개인 판매도 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더 배우고 싶어서 왔어요.”
그녀의 블로그 회원 수는 무려 1,200명에 달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두 손이 다소곳해지고,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육지에서 20년간 대기업을 다니다, 중국을 거쳐 제주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제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배우러 왔습니다.”
각양각색의 여성들이 풀어놓는 15가지 서로 다른 인생 이야기.
내 소개가 갑자기 민망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다들 정말 대단하다!’
삶의 에너지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직장 내에서 나름의 사투를 벌였던 건, 그들에 비하면 애교와 투정 사이쯤이었을까.
농사를 짓느라 햇볕에 손이 까맣게 타고, 얼굴에 주름과 기미가 지더라도,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갈치를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더라도,
진상 손님과 행방불명된 직원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더라도,
그녀들은 마치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신만의 삶을 리드하는 인생의 선배처럼 보였다.
그녀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수업을 통해 얻는 배움 너머,
그녀들이 ‘꿈’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서 배우게 될 영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