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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Nov 07. 2016

스펙터클 2016

생각 나눔

스펙터클 2016



올해 회사 고용 계약서를 5개나 썼다. 정규직 4개, 계약직(아르바이트) 1개. 회사가 거지 같아서 도망치듯 3일 만에 나온 곳도 있었고, ‘아~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느낀 상사가 많은 회사도 있었고, 그 회사에 다니면서 출근길에 노트북 펴고 LTE 핫스팟 켜서 자소서 뿌려 이직했고, 그렇게 이직한 회사는 팀 전체를 통으로 날려버리는 바람에 과장급, 팀장급, 너나 할 거 없이 다 해고해 1주일 만에 잘렸고, 취업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아르바이트하기 전에 마지막이라며 면접 본 회사에 붙었다. 아직 OJT(On the job training) 기간이라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OJT 기간에 잘린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갑자기 나의 상황을 얘기하는 이유는 이 브런치 자기소개에 ‘흔한 백수 여자의 사생활’이라고 쓴 게 걸려서. 이제는 ‘그녀의 사생활’로 바꿔야 할 거 같다.


월요일이 두려운, 일요일 저녁이 아쉬운 직장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따가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맥주 한 캔 마시고 취해서 이 글을 쓴다. 그래서 문장은 엉망이고, 주제도 없고, 하고자 하는 말도 없다. 생각나는 대로 쓴다.


이번에 취업했을 때 너무 기쁜 나머지 합격 통지 전화 중에 욕할 뻔했다. 연봉도 올랐고, 직급도 올랐다. 게다가 회사도 업계 내에서 나름 큰 회사였다. 그런데 나중에, 3년 전에 다녔던 회사 대표가 추천서를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대표의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이 회사에 지원하긴 했다.) 퍽이나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좋아하는 라이딩을 하면서 엉엉 울었다. (여기서 말한 ‘라이딩’은 자전거 타기인데,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살방살방 타는 게 아니라, 헬멧 쓰고, 스포츠 웨어 입고, 안장 높여 허리 들고 타는 마니아의 자전거 타기이다. 이걸 갑자기 말하는 이유는 준프로 복장을 하고 울면서 타는 나의 웃긴 꼬락서니를 상상하시라고.)


애써 인맥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며 좋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상한 기분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면접을 그렇게 망쳐놓고 붙은 게 퍽이나 이상하긴 했다. 정말 붙을 거라는 기대를 조금도 하지 않아 ‘취업 포기’를 선언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입사 후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그래도 나보다 경력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뽑히긴 한 거 같은데 오지 말아야 할, 내 실력으로는 올 수 없는 자리에 온 거 같아 출근할 때마다 버거운 마음이 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애써 되새기며, 계속 다니다 보면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라 나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계속 자신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추천해준 전 회사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나보고 일복 터졌다고, 쉬운 자리는 아니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잘 알겠다. 악담이 아니고 진짜였다.



이 브런치에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다.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감정을 계속 쓸지. 진행 중이거나 갑자기 떠오른 지난 연애 얘기를 쓸지. 다 끝내지 못한 여행 얘기를 쓸지. 하지만 분명한 건,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마다 브런치에 와서 글을 쓸 것이다. 요즘 가장 트렌디한 핫한 세대, 삼포 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계속 써보겠다.



2016.11.0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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