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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Apr 23. 2017

나 혼자 산다.

생각 나눔

나 혼자 산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왔다. 갑작스러웠다. 방 하나 보고 바로 계약했으니.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 시간이 왕복 총 3시간. 길바닥, 정확히 말하면 전철 바닥(?)에 내 3시간을 매일, 고스란히 버린 셈이다. 3시간이면 운동하거나 공부하거나 잠을 더 자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까웠다. 그래서 빨리 회사 근처로 나와 살고 싶었다.


혼자 나와서 살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5평 원룸에서 지낸다는 건, 참 우울한 일이다. 주방과 침실, 거실이 한 데 모여 있는 건 왜인지 모르겠으나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지옥철을 타지 않고 회사에 걸어갈 수 있는 건 참 쾌적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는 대신 나는 빨래하고, 집 청소하고, 밥 해 먹고, 밥 먹은 거 치우는 등 살림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 했다. 집이 작다고 해서 살림하는 게 덜 힘든 건 아닐 거 같다.


2주 만에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갔다. 내 방에서 잠을 잤고, 거실에서 밥을 먹고, TV 앞 소파에서 뒹굴었다. 쉰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었다. 잠을 잔 거 같고, 밥을 먹은 거 같았다.


‘사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사는 공간’은 무엇일까? 혼자 사는 게 나에게 맞는 걸까? 아니면 가족과의 삶이 익숙해서 부모님 집에서 더 편안하게 느끼는 걸까? 불편하다고 말만 하지 정작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야 안정감을 느끼는 걸까? 등등. ‘사는 공간’이 아니라 ‘사는 형태’를 생각해 봤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MBC 예능프로 ‘나혼자산다’를 보면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해 동경해왔다. 지금 내 ‘사는 형태’에 불만을 느끼는 건 ‘사는 공간’이 만족스럽지 않아서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혼자산다’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주방, 침실, 거실 등이 분리된 넓은 공간에서 사니까 나도 연예인들처럼 넓은 집에서 살면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지금보다는 만족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독립’한 걸 ‘축하’한다고 했다. 큰돈 주고 외로움을 산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축하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원했던 혼자만의 삶인데, 만족하지 못하고 외롭고 공허해 하는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다.


이대로 산다면 나는 언젠간 정말 혼자 1인 가족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현재도 주민등록상 그렇지만 아직 나는 엄마, 아빠, 형제와 한 가족이라고 본다). 그때를 대비해 나는 마음의 준비와 현실적인 연습을 하는 중이고, 지금 겪고 있는 경험과 감정들이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세상에 혼자 사는 많은 사람 중에 나같이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응원한다. 어차피 삶은 혼자이지만, 이런 말로 응원하고 싶진 않다. 혼자 지내는 삶에 잘 적응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잘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응원한다.



2017.04.22.    mini10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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