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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Jul 23. 2017

청년들의 흔한 집 문제

생각 나눔

청년들의 흔한 집 문제



7월 초, 3층 원룸에 물이 찼다. 그 건물 여러 집 중 내가 사는 원룸에만 비가 샜다. 자취 석 달 만에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왔다. 황당하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5층 건물에 내 원룸은 3층이었다. 내 바로 위층은 비가 새지 않았다. 내 방만 비가 샜고, 내 방에 물이 차올라 아랫방도 비가 조금 샜다. 청소하고 꾸미며 아낀 내 공간에 비가 새고 물이 차오르고 정전이 되는 공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지금도 빗소리가 심하게 들릴 때면 조금 긴장된다. 집주인이 그 새벽, 내 방 상황을 봤다. 그래서 내가 방을 빼고 싶다고 하니 별말 않고 보증금을 돌려줬다. 잡음이 아예 없진 않았다. 임대인이었던 나만 고통받고 피해 본 채, 방을 빼준 거로 만족하며 마무리됐다. 이 더위에 다시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속상하고 억울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 이런 일을 겪나 싶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다시 집을 구하는데, 쉽지가 않다. 전세만 찾는데 융자 없는 집이 없다. 그걸 고려하고 구하더라도 쉽지 않다. 마음이 괜찮다가도 다시 땅굴 파듯 가라앉을 때가 많고, 회사 일에도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게 친절까지 바라지 않는데, 잘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은근 무시한다. 내가 왜 이걸 다시 겪으며 집을 구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다 때려치우고 해외로 훌쩍 떠나고 싶다.

다들 ‘청년 취업’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이번 물난리를 겪으면서, 청년 취업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거주 공간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고 개선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난리를 겪었던 방은 5평이었는데, 1명이 살기에 작았다. 그래서 이번에 최소 7평 이상을 구하는데 웬만해서 다 6평이다. 7평 이상의 원룸은 찾기 힘들거나 있어도 1층이거나 반지하다. 그리고 그 작은 6평 전세 보증금이 최소 1억 2000이 넘는다. 역세권은 6평이 1억 4000이고 관리비만 10만 원이다. 서울 집값, 정말 미쳤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전세들은 대부분 신축으로 집주인들이 건물을 지으면서 은행에 빌린 돈이 있어 전부 융자가 있다. 6평 원룸의 보증금이 1억이 넘는 데다가 융자까지 있다니… 건물 시세에 30% 이상 넘는 융자가 있으면 좋지 않다는 ‘규칙’을 적용해서 집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서울 집값은 시세를 그대로 유지하면 유지했지, 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홍콩의 마이크로 원룸이 홍콩만의 얘기가 아닐 거 같다. 청년 취업뿐만 아니라 청년 거주 공간도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거주 공간 넓이를 나라에서 지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간을 빌릴 금액도.

청년 취업 보장이 생계에 대한 권리 보장이라면, 거주 공간 보장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보장이라고 생각한다. 고향이 지방인 청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돈을 버린다. 수도권이 고향인 청년들은 서른 넘어서까지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출퇴근으로 3시간 이상을 길바닥에 버린다. 돈을 모으고 모아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청년들이 ‘욜로, YOLO’를 추구하는 게 아닐까)

청년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 걱정, 집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데, 어떻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미래에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의 권리를 고민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러한 고민 탓에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는 나 자신이 조금 안쓰럽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살려고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 올리지만, 어쩔 수 없는 고민이 내 시야를 가리고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나의 글은 언제 밝아질 수 있을까.




2017.07.23. mini10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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