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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곡예사 Jul 16. 2017

흔한 여자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 같은 책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흔한 여자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 같은 책
  
‘작가가 자신의 일기장을 턴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일대기를 적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다. 아니, 현실’적’이 아니라 그냥 ‘현실’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삶, 비슷한 경험한 주인공 ‘82년생 김지영’ 씨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82년생 김지영’ 씨의 어머니는 남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일찍 일을 시작했다. 첫째인 나의 엄마와 둘째인 이모도 ‘82년생 김지영’ 씨의 어머니처럼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일찍 일을 시작했고, 셋째인 이모는 외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간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넷째이자 유일한 아들인 외삼촌은 귀한 바나나를 먹으며 자랐고, 대학을 나왔다. 나의 조부모님께서는 ‘82년생 김지영’ 씨의 할머니와 비슷하신 거 같다.
  
‘82년생 김지영’ 씨는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어떤 남학생으로부터 위험을 느낀다. 같은 버스에 탄 성인 여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험을 모면한다. 학교에서는 소위 말하는 ‘일진’들이 일명 ‘바바리맨’이라 불리는 변태를 물리쳤는데, 학교에서 여자들이 나댔다고 징계를 받는다. 육아 때문에 그만둔 직장에서는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었는데, 같이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본 남자 직원들은 처벌받지 않고, 몰래카메라에 찍힌 여자 직원들만 고통받는다.
  
이러한 일들을 나도 자주 겪고 내 주위에서 종종 일어난다. 일상에서 경험한 이와 비슷한 수많은 경험 중에 ‘82년생 김지영’ 씨가 겪은 일과 비슷한 걸 꼽자면, 매일 하는 출근길에서 겪은 일이다. 자리가 없어 의자 앞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 서 있는 사람과 몸을 부딪치지 않고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은데, 팔을 휘저으며 걷는 것처럼 하고선 주먹으로 엉덩이를 치고 지나가는 남자들이 있다. 이러한 일을 몇 번 겪은 후로 가방을 꼭 뒤로 든다. 10시까지 출근하는 회사에 다닐 때는 전철에 사람도 적고, 의자가 텅텅 비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았다. 그런데 내 옆에 한 남자가 붙어 앉았다. 내가 다른 의자로 옮겨 앉으니 따라와 또 내 옆에 앉았다. 칸을 바꿔서 한 아주머니 옆에 앉았다. 그 남자가 내가 옮긴 칸으로 따라 왔는데 그냥 지나쳤다. 내가 내릴 때 그 남자가 같은 역에서 내려 따라올까 봐 굉장히 맘을 졸였다.
  
이건 내가 특별해서 겪는 일이 아니다. 밝은 대낮에 출근할 때도 이렇게 두려움과 이러한 불편함을 현재 대한민국 여성 모두가 겪고 있다. 흔한 일상 속에서 성희롱을 겪는 여성들이 강남역 지하철 사건을 추모하고, 온라인 게임회사의 여성 성우 교체 사건에 대해 시위한 것을 여성VS남성 성 싸움을 부추기는 걸로 치부해버리는 시각, 여론이 어이가 없다.
  
다른 사람이 쓴 이 책 후기를 봤다. ‘열 받아서 못 읽겠다’, ‘읽다가 화가 났다’ 등의 감상이 종종 보였는데, 난 30년 넘게 책과 비슷한 일을 겪고, 주위에서 보며 체념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화가 나진 않았다. 계속 이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많은 사람, 특히 남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엄마, 부인, 여자 친구, 여자 사람 친구, 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 밑줄 그은 문장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2017. 07. 16.    mini10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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