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나도 모르게 바닥난 감성을 채워주는 책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도 감수성이 메말라 있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박웅현 저자가 해석해준 글을 보지 않고 이철수 판화집을 봤다면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자가 짚어준 감성 포인트를 읽고 나면, 감수성도 일깨워지고 좋은 작품을 온전히 느끼게 된 기쁨도 느껴집니다.
<책은 도끼다> 제목을 보면 책을 소개하는 책, 메타북처럼 보입니다. 메타북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지 않고, 이 책만 보아도 감수성이 채워지는 듯한 감동이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말씀드릴 겁니다’. ‘울림’을 주는 책이라니! 이 단어 자체로 이 책에 어떤 내용을 펼칠지 조금이나마 예상이 되지 않습니까?
‘울림’을 주는 책들을 소개하면서 감수성도 깨워주고, 저자가 광고인답게 ‘창의성’도 자극해 줍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보여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를 짚어주는데… 소개하는 책 전체가 아닌 일부만 <책을 도끼다>를 통해서 만나는 데도,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했을 때의 희열이 느껴집니다.
책의 포인트도 짚어주면서, 그 책 저자의 배경, 책을 쓸 때의 환경 등도 소개해 줍니다. 배경을 소개할 때 묘사하는 대목에서 또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소개한 책의 저자가 글 쓸 당시에 느낀 감성, 느낌, 분위기 등을 독자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지중해에 가서 김화영 책과 알베르 카뮈의 책을 읽고 싶어질 것입니다.
저자는 여러 책을 깊이 보여주면서 ‘깊이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줍니다. 저자 자신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대신 깊이 읽으려고 애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많이 읽기보다는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책 읽기를 추천합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저자만의 독법과 책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무뎌진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나 시 등 문학을 읽고도 무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 저자의 독법과 책 안내를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너무 인문학 도서, 자기계발 도서만 읽고, 삶이 팍팍하다며 감성이 말라버린 거 같을 때 이 책을 무작정 펼쳐 펼쳐진 곳을 다시 읽곤 합니다. 그러면 ‘아, 이때 이런 감정이 느꼈었지!’ ‘아, 이땐 이점을 기발하다고 생각했지!’라고 떠올리는데, 이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말라 있던 감정을 다시 촉촉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습니다.
단조로운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이 대목을 읽습니다. 처음 이 대목을 읽고 무릎을 탁! 쳤는데,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무릎을 탁! 칠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11시에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잠자고 있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들리고, 책 한 권 읽는 그런 순간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몇 개가 각인되어 있느냐가 내 삶의 풍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렸듯 그것들은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기준을 잡아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책을 씁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으면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순간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이런 것들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심리적 풍요를 위해서 이 책과 훈련하는 연습, 어떤가요?
2018. 02. 10. mini1023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