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자기 집에 가자는 외국인 남자

[유럽여행] 독일 하이델베르크 : 자기 집에 가자는 외국인 남자

by 공중곡예사

2015년 5월 13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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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자기 집에 가자는

외국인 남자


아침 일찍 하이델베르크 성을 구경하고 일본인 한국인 어르신 관광객이 많아질 때 그들을 피하려고 서둘러 내려왔다. 점심시간이었다.


맛집을 검색하려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마침 와이파이가 잘 되지 않았다. 와이파이 되길 기다리느니 얼른 밥 먹고 구경이나 더 하자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


와이파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숙소 직원에게 말할 때 맛집을 물어봤는데 특정 식당을 추천하지 않고 관광 지도에 "이 지역에 레스토랑이 많다." 라며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을 표시해줬다. 입맛에 맞게 골라서 가라는 뜻에서 이렇게 추천해준 거 같았다.


숙소 직원이 준 지도를 가지고 나왔다. 날씨가 좋아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길이 나뉘는 지점에서 지도를 봤다. 지도를 보고 있으니 한 외국인 남자가 지도 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도와준다는 거 보니 여기서 사는 사람 같길래 길을 묻지 않고 (나는 지도 잘 본다.ㅋㅋㅋ) '굿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가 점심을 먹으러 가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나보고 운이 좋다며 자기는 여기 근처에 살고 있어서

레스토랑을 잘 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레스토랑 추천을 기대했다. 그리고 마침 자기도 밥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먹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괜찮다고, 같이 먹자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묻지도 않았는데 '티처(teacher)'라고 했다. 그 당시 내 촉으로 그가 나를 안심 시키려고 자신의 직업을 서둘러 말한 거 같다.


내게 '누들(Noodle)'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자기가 '누들' 요리를 잘하고, 자기 집이 이 근처라고 했다. 내게 대접하고 싶다며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뭔가 수작 부리는 거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웃으면서 독일 전통 음식을 먹고 싶으니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집에 가자 VS 굿 레스토랑 알려달라 이걸로 좀 얘기한 후(서로 같은 말 반복 ㅋㅋ) 그가 집에 가기 불편하냐면서 그럼 레스토랑에 가자고 했다.


레스토랑에 가는데 여기 살아서 잘 안다면서 좀 기웃거리는 거처럼 보였다. ㅋㅋㅋㅋㅋㅋ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가 여기 괜찮은 곳이라며 종종 왔다고 했다. 하지만 종업원과 얘기하는 거 봤을 땐 이것도 뻥인 스멜~ ㅋㅋㅋㅋㅋㅋ


종업원과 독일어로 뭐라 뭐라 말하는데 말만 길지 별 얘기 아닌 거 같았다. ㅋㅋㅋㅋ 난 추천 받은 음식 중 메뉴 이름에 소시지가 있는 음식을 골랐다. 예전에 독일 소시지가 유명하다고 어디선가 본 거 같아서 그랬다.


그는 수프를 주문했다. 내가 수프만으로도 충분하냐고 물었다. 그는 괜찮다며, 체중 감량 중이라고 했다. 내가 봤을 때 그는 메뉴 중에 가장 저렴한 걸 시킨 거였다.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에게 살 뺄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한 후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대화를 나눴다. 내가 어떤 과목을 가르치느냐고 물었다. '이탈리아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얘가 이탈리아 남자라서 끼 부리는 거구나' 안 그래도 대화하면서 그가 내게 윙크를 백 번도 넘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얘 왜 이래, 모자란 사람처럼'이라며 윙크를 너무 많이 하는 게 굉장히 웃겼는데 이탈리아 남자라는 걸 알게 되니 이 상황과 그의 윙크 백번이 이해됐다. ㅋㅋ


내가 이탈리아 태생이냐고 물었다. 역시나 그는 그렇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어릴 때 이민 왔다고 했다. 그제야 그가 독일 남자처럼 안 생겼다는 게 눈에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 때 이민 왔지만 연고지도 아니고 가족도 옆에 있지 않아 많이 외로웠을 거란 생각에 한편으로는 좀 측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측은함도 잠시... 온갖 미사여구로 내가 예쁘다고 말하면서 윙크 다발을 날리니까 안쓰러운 감정이 싹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모르는 표현으로 말하길래 집중해서 자세히 들어보면 결국 나 예쁘다는 뜻이었다. 의미 파악 후의 황당함이란ㅋㅋ)


내가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올 때 공항 직원이 잘못된 정보를 줘서 버스 두 대나 놓쳐 힘들었던 얘기를 했다. 그는 자기가 오늘 점심시간에 길을 걷는데 예쁜 여자를 만나서 밥을 먹는다며 ㅋㅋㅋ (그만해!!! 그만하라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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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내가 기대한 소시지는 아니었고, 소시지가 너~~무 짜서 하나 남겼다. ㅋㅋㅋ 샐러드도 맛이 없어서 남겼다. 맛은 없지만 식비 줄이려고 남은 음식을 포장했다.ㅋㅋㅋ


윙크 세례를 받으면서 음식을 먹는데 그가 잠깐 화장실을 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ㅋㅋㅋ 그가 간 쪽을 보며 가게 뒷문으로 도망갔나, 수프가 저렴하니까 경험이라 생각하고 내가 돈을 내지 뭐..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는데 그가 왔다. 자기가 렌즈를 꼈는데 눈이 아파서였나? 불편해서였나? 아무튼 다시 끼고 왔다고 했다. 이제 괜찮다고 했다. (젠장, 윙크 폭탄을 또 받아야 해? ㅋㅋ)


식사를 마치고 더치페이로 계산한 후 음식 포장을 기다렸다. 그가 내게 커피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후식으로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밥값을 내지 못한 걸 미안하게 생각하는 거 같길래 커피 마시는 거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커피를 잘 내린다며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여기서 가깝다고 했다. (뭔 말만 하면 자기 집으로 가재 ㅋㅋㅋㅋㅋ) 기승전'자기 집'으로 얘기가 끝나길래 그때부터 그를 떼어놓을 방법을 연구했다.ㅋ


내가 커피 대접을 끝까지 거절하자 그는 자전거를 가지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그가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안내해줄 거처럼 굴어서 속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구경을 시켜주려는 줄 알고 그를 따라갔다.


자전거는 건물 안 복도에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나는 자전거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는 굉장히 오래된 자전거라고 했다. 물려받았었나? 가게에서 살 때 주인이 오래된 거라고 했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오래되어 보였고, 그는 자전거가 오래되었다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전거를 건물 밖에 세워놓고 잠시 집에 들어갔다 오겠다고 했다. 그는 "잠깐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마실래?" 라고 물었다. 이놈의 기승전'자기 집'ㅋㅋㅋ 나는 거절했다. 그는 갑자기 자기가 딴 동네에 볼일이 있다며 자기 폰 번호를 알려주면서 6시에 전화해 달라고 했다. 내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까 전화하면 찾아가겠다고 했다.


자기가 마침 오늘 한가하다며, 오늘 하루 자기와 시간을 보내도 되겠냐며 종일 하이델베르크 관광시켜줄 거처럼 굴더니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는 그가 웃겼다. ㅋㅋㅋ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어떻게 떼어낼지 고민이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폰 번호와 윙크 혐오증(?)을 남긴 채 ㅋㅋㅋ


체중 감량을 위해 점심으로 수프를 먹던 그의 모습이다. 그 당시엔 못 느꼈는데 사진으로 보니 나이가 좀 있어 보인다.


기승전'자기 집'으로 대화를 하던 그를 만난 후 먼저 도와주겠다는 외국인 남자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몹쓸 외국인 남자를 두 번인가 더 만났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몹쓸 한국인 남자도 있었다. ㅋㅋㅋㅋㅋ (이들 에피소드는 커밍 순~~ ㅋㅋㅋㅋ)


이렇게 만난 사람들은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내가 그들을 친구라고 느끼지 못해서 기억을 못하는 거 같다.


이 외국인 남자와 점심을 잠깐 보내고 혼자 관광을 하면서 다른 외국인 남자를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얘기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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