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디 Mar 05. 2024

전 회사생활

#15

3년이 지난 이제야 그냥 훅 하는 한숨처럼 전에 다녔던 회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상편집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가 한 회사에 스카우트가 되어서 입사하게 된 것인데요

새로운 제품 프로젝트도 맡게 되었습니다

전공이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하는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래서 왕복 4시간이나 되는 출퇴근 시간임에도 흔쾌히 진행했었어요

기존에 하던 영상일과 플러스로 새로운 제품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할 수 있을 거라는 왠지 모르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하지 못했어요

제품 프로젝트는 전공이긴 하지만 신입사원 수준이었기에 혼자서 해결해 나가는 게 버겁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고 그 회사에는 디자인팀이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새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영상일과 회사 자체 디자인으로 바빴었고 대표님의 마음에 들기까지 계속해서 제품을 만들고 디벨롭하고 수정하는 부분가운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수정들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함께 만들어가자는 대표님의 말 의미를 순진하게 받아드려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해가면 별로라고 피드백이 오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제야 '함께의 의미가 대표님과 내가 다르구나'를 알게 되었고 그 시간들 가운데 저는 점차 스스로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기쁘지 않았고 버거웠습니다 제품 프로젝트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갔었기에 제품을 더 이상 못하겠다 너무 죄송하다 말씀드렸었습니다

제품디자인만 해봤지 공장을 직접 뛰는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든요

대표님께 영상편집에 더 힘을 써서 다른 분들 것까지 열심히 일을 하겠다 저에게 영상을 더 많이 주셔달라고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버거운 말뿐이었습니다


'왜 모든 분들이 당신의 편집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세요? 영상을 하고 싶다고 영상을 할수 없어요' 


이 말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실력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 당시 제가 잘했냐고 한다면 못했을 겁니다 회사생활 규칙은 무지했고 단체생활 공동체 생활도 삐그덕 거릴 정도로 사회성도 없었을 때였기에 어리숙 했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일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 하는 일이 잘 못 될까 봐 소극적으로 움직였었던 것도 맞습니다 회사생활도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들이 벅찼었습니다


대표님과의 대화 이후 버티는 회사생활이 시작되었고 2달 정도 다니다가 저는 퇴사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살고 있었구나를 많이 느꼈습니다

메일을 보내는 방식이나 흔하디 흔한 방법조차 모른 체 그냥 얼렁뚱땅 살아내고 있는 게 다였던 저에게는 형식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었습니다 물론 내용이 더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있는 예의와 언어의 형태들을 한번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제 사업을 하면서 영상 편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프리랜서 5년 차로 살고 있기에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넘어가지만 사실 아직도 쓰린 아픔이기도 합니다

너무 연약했었던 그 기억들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으로 또 성장으로 발전되어 가며 보내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cloud wind>off the rec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