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한 번에 놓아버리겠다는 집착

[일상의 내면을 그립니다. 시즌2- 엄마의 작업실]

by 미니작업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0523074330_0_crop.jpeg

나는 독립과 자립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는 중이다.

여러 가지의 독립과 자립이 있지만 관계에서의 자립, 독립뿐 아니라 감정으로부터 자립, 독립을 하고 싶었다.

컨트롤하고 싶고 그런 휘둘리는 감정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철저히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감정을 감추고 회피하는 기술에 관련한 책을 엄청 찾아서 보았다.

지금으로 봐서는 속은 채우지 않고 겉핥기부터 했다는 자각이 있지만 그때는 감정 컨트롤이 안 되는 내가 끔찍이도 싫었기 때문에 얼른 내 못난 모습을 감추고 '짠'하고 변신하고 싶었다. 어릴 적 동화나 만화 모두 요정들이 나타나거나 신비한 능력이 생겨서 다 해결되곤 하길래 나에게도 그런 감정적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다. 그런 마음은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순수한 마음이긴 했지만 나름 비장했다.

그 이유는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다.


감정을 드러내면 매번 약점이 되는데 그 약점이 너무 많은 내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활용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에 휘둘렸다. 그러면서 감정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인데 가끔 냉철함이 있는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괴롭지만 그 마음을 배척하고 감추는 게 더 안 좋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기쁜 마음을 느끼되 그 마음에 너무 심취해서 쫓으니 낭비와 허세를 부리는 쾌락주의로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좋은 운이 나타날 때 너무 낮추는 태도도 좋지 않았고 운의 흐름이 좋지 않을 때 너무 힘을 주고 그 꺾이는 운세를 거스르겠다고 버티는 것도(노력을 너무 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었다.


파도는 바람을 만나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너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내 더 큰 힘으로 바로 평정심을 얻는다.


우리 마음도 기세가 좋을 때는 기쁜 마음이 생기기도 쉽고 모든 행동에 편하다. 내가 오롯이 이 운명을 쥐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은 이런 생각이 너무 굳건해지면 오만의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은 내맡기고 감정을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돌리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나의 운명이라는 큰 판과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수많은 체험, 경험을 하려면 인간인 이상 감정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인정해야 했다.



회피하지 않고서 멀찍이 내 감정을 바라보고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감정에 대한 공부는 시간이 꽤나 걸리는 작업이었다. 아마 오랫동안 공부하신 스님이 이 글을 보시면 애벌레가 주름잡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작은 바운더리를 가지고 살고 있는 내게는 이 정도의 발견 만으로도 매우 큰 기준이 되었다. 감정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연습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빨리 놓아버리겠다는 조급한 마음과 완벽하게 털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사실은 나를 너무 괴롭게 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천천히 그렇지만 매일 나의 감정을 만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그리고 감정 너머 평온한 시간을 내게 매일 선물할 예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혼자 다 하겠다는 집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