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작업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복잡하고 정리가 안되어있는 존재인지 다시 확인하는 중이다.
나는 얼마전 매일 한장씩 글쓰기, 70일을 완주했다. 그 기분에 젖어 안심하기에는 도전하는 일 중에 개인전 준비가 있다.
내게 가장 복병은 촬영이다. 사람도 그냥 일상 샷, 배경 샷 이런 건 진짜 편하다. 그런데 증명사진은 하나의 큰 일이다. 나름 찍히는 당사자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찍힌 내 얼굴에도 인정할 수 없다. 이건 아니지 않나? 내가 이렇게 생겼나? 계속 고르면서 내가 늘 고집했던 하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
평면의 그림은 얄짤 없이 작가가 애정이 없으면 정말 이상하게 찍힌다.
빛이 부족할까봐 온 집에 있는 모든 조명을 다 켜고 찍었더니 코가 없어진 얼짱 사진처럼 그림 중간 톤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그 중간 톤을 잡자니 옆 톤이 어두워진다.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 여기에서도 선택과 버림을 해야 한다.
나는 수많은 작가들이 웹으로서 보이는 그림의 모습, 그게 출력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형식에 맞출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형식에 대한 스스로 배운 점은 다음 전시를 하게 되면 일괄 종이 사이즈, 일괄 종이 패턴이라는 틀을 스스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다양한 종이 사이즈에 그림을 그렸는지 나름 표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자유로운 종이 사이즈가 날 힘들게 했다.
화이트 발란스를 맞추는 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삼각대는 또 왜 이리 조절할게 많은지 영상 촬영하고 광고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 한 장면 장면을 찍는 영화감독은 또 뭔가.
요즘 마음 공부를 통해 내맡기기야 하겠지만 내맡기려고 해도 내가 어느 정도의 선을 잡아 둬야 한다.
이건 내가 선택해서 달려온거라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야 공을 던져도 후련하다.
1도 아쉽지 않게 다 던지고 나면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막판에 뛰어놓지 않으면 바로 물로 변해 버릴 것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첫 시작하는 마음도 중요한데 마무리 짓는 뒷 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19살 말에 깨달았다. 그 과거의 후회했던 조각이 이만큼이나 날 붙잡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맞이했을 때 삼켜야 하는 수많은 불편감을 오랫동안 맞이해야했다.
그 불편감이 진주가 되기에는 참 많은 허들을 넘어야 했다.
그때 느꼈던 초조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그 기분을 오늘도 참 많이 느꼈다.
나는 그림도 넘어야 하고 글도 넘어야 한다.
중요한 건 아닌데 그냥 대충 해도 아무도 안 잡아 가는데 내가 후회하는 삶이 얼마나 더 힘든지 안다.
물론 또 다음 스텝도 준비하겠지만 마무리도 해야 한다.
나는 예전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합격의 경계에서 조마조마하며 지켜본 경험이 있다.
학생 중 한 명이 자신을 갈고닦아서 드디어 명문 대학교를 지원했다. 그날 따라 코피가 왕창 쏟아졌다고 한다. 시험치는 내내 코피가 나서 휴지로 막아가며 했다고 한다. 시험 도중 진짜 고민했다고 한다. 포기할까 말까.
주변에 있는 관리 감독관도 물어봤다고 한다. 그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는데 본인은 그냥 끝까지 갔단다. 그리고 그 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했고 그에 따른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그 뒤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쌩쌩하단다.
나도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너무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이것이 진실인지 알수 없다.
그냥 고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푹 쉬고 푹 놀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요즘 아이를 돌보며 작업을 하고 있다. 글,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몸이 하나 이고 벌인 일이 두 개, 할 일이 두 개라서 집안이 좀 관리가 안되고 있다.
오늘 드디어 전시 기획서와 함께 다시 한번 그림 파일을 넘겼다. 오늘부터 버리기, 나눔을 좀 할 예정이다.
머리가 이리도 복잡했다니 세상에 시험 전날만 청소하고 싶은 게 아니라 뭔 갈 해야겠다 마음먹으니 모든 게 거슬린다.
애호박도 비닐의 틀이 있어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나왔다. 나도 그런 틀을 스스로 제단해야한다.
그건 불필요한 제약이 아니라 날 위한 안정적인 바운더리 같은 거다.
이제 실컷 채웠으니 내일부터는 전부 버리는 타임을 가져야지.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