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정 도시마다 한 달 살기로 휴양을 떠난다. 우리 가족은 부득이하게 한달살이가 아니라 2년 살이, 2년 6개월 살이 등등 우리나라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이게 휴양이랑은 다른 점은 정말 '살림살이'를 하려는 목적이 명확해서 휴양을 위한 삶이 아닌 아주 살이를 고려한 삶이라는 게 달랐다. 그 도시마다 어떻게 녹아들어 살아야 하나 고민했기에 관찰도 참 많이 했다. 누군가를 트집 잡는 살핌이 아니다. 어떻게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지, 아이에게 어떤 친구관계를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나 역시도 역마살이 있다고 하던데 남편도 역마살이 심한지 아이는 그 사이에 끼어 계속 기러기 가족으로 살고 있다. 이렇게 철새처럼 옮겨다니기를 반복하다가 서울이든 제주도든 어디서든 가까운 도시로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새로운 도시로 온 첫날이다.
나의 묵은 짐들은 정갈하지 못한 날것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여기저기 숨겨둔 보물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다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 짐들의 무게만큼 이사에 대한 고심이 깊었던 적이 없었다. 쌓여있는 짐들 만큼 욕심의 본질이 지향점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니 원하는 것과 원하는 것의 줄다리기란 승패가 쉬 나지 않았다.
행복한 고민일까 싶어도 모든 선택에는 결과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한 셈이다.
어쩌면 이 정도 이사 비용이면 누군가에게 말할 만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해마다 좀 값이 나가는 옷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가치를 바꾼다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그때마다 머물러서 풍족함 보다는 '다른 걸 아껴서라도 변화'에 더 귀를 기울였다. 일반적이지 않는 철새 가족의 형태는 보다 안정 지향적인 사람들이 보기엔 풍랑 위에 떠있는 가족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사를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불안함과 공허함은 항시 따라다녔다. 이방인의 삶과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어지러워 서로 더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마음을 만들어 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이사를 잘 마무리 지었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수많은 고민의 무게는 행동 한 발걸음으로 없어진다. 이번에도 결국 나아가기만 한다면 무게가 점점 없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포도가 신지 달콤한지 살아봄으로써 확인하고 발견할 것이다.
또한 그 변화를 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피곤해도 기분이 좋다.
오늘은 좀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