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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작업실 Aug 10. 2020

딸의 자리, 엄마의 자리

엄마의 작업실

 '착한 딸'로 자랐다. 



엄마는 아니라고 인정 못하시겠지만 내입장에서는 그렇다.

나는 존중을 받았고 당연히 귀한 보살핌으로 이만큼 성장했다. 세심하게 옷과 준비물, 그때그때 성장할 때마다 마음상담도 참 많이 했었다. 이랬던 내가 참 많이 삐뚤어져있다. 20대 중반의 나는 그래도 엄마에게 그런대로 참 편하고 착한 밝은 자리의 딸이었다. 나도 한참 부족한 입장인데 우리 가족에게는 내가 빛이자 칭찬거리였다. 

서울생활을 하고 있을 때  3개월에 한 번씩 세상 편한 복장으로 집에 갔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의 복장을 보고 앞서 걱정하고 나의 삶을 짐작하곤 하셨다. 그래서 다음 내려갈 때는 세상 잘 나가는 딸 모습으로 반질반질 꾸며서 내려갔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은 한편으로는 안심하셨고 한편으로는 엄마의 시기도 받았다. 이 부분은 정말 교묘해서 나중에 한번 언급할 예정이다. 그렇게 우리집은 딸만 행복한 집이 되어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식으로 항상 칭찬을 했기 때문에 그 평가를 곧 믿게 되었다.

 "야~ 너는 참 속 편하겠다.", "너는 너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니까 참 좋겠다~"

부모님도 나름 행복한 일상을 사셨지만 내게는 늘 고되고 힘든 모습을 보여줬기에 내 밝은 모습은 점점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마치 우리 집의 모든 복을 내가 빼앗아 가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는 늘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없는 살림에 서울살이를 이만큼이라도 해내는 게 대견했던 모양이다. 여러 지역을 거쳐 강남에서 학원일을 했을 때는 나는 참 힘들었지만 부모님은 참 뿌듯해하셨다. 나는 나대로 빨리 자립을 하고 싶고 소박한 꿈을 꾸었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께 용돈을 주고 싶다고. 당당하게 내가 돈 벌어서 일정 금액을 용돈으로 드리고 싶었다. 그런 나의 사기가 너무 충만해서였을까? 그런 마음을 앗아가는 사건들이 자꾸 발생했다. 딸로서 착하고 싶었는데 적어도 한 부분에서 만큼은 착하고 싶었는데 자꾸 멀어져 갔다.


지난 수없이 많은 돌봄이 무색할 만큼 자꾸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앞가림할 돈을 빼서 부모님을 크고 작게 챙긴 대가로 그 당시에는 세상 착하고 자랑스러운 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냥 '나 좋아서 준 일'이 되어있었다. 내가 딸로서 사드린 마음에 순수 사랑이 아니라 자부심이 섞여서였을까? 지금 와서 보면 자식이 자식으로서 부모님한테 베풀고 뿌듯한 자부심이 뭐가 문제일까 싶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부정적인 간섭형 돌봄을 당하고 나는 뒤틀려버렸다. 부모님의 신화를 참 많이 내려놓게 된 일이다.


앞에서는 칭찬을 하고 뒤에서는 별나다고 흉보던 단톡을 보게 된 일, 형제와 끊임없이 비교하시는 일, 나의 성취감에 기뻐하면 형제는 어떡하냐고 앞에서 한숨을 쉬시는 일(옆에 없어도 항상 소환되어 비교하셨다.), 이 일은 정말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이어진 반복된 일이다. 이런 반응을 참 오랫동안 꿋꿋이 잔비처럼 맞았다. 

 내가 성공하면 안 되고 주목받으면 안 된다는 믿음의 계기가 되었다. 


'내 성공을 그저 기뻐할 수는 없는 것일까?' 

'비교하는 형제를 그저 제 속도대로 봐주실 수는 없는 것일까?'

'왜 가족은 모두 다 한꺼번에 좋아야 행복이라고 정의할까?'

'그냥 조금씩 기뻐하고 축하하면 되는거 아닌가?'


우리가족만큼 행복의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가족이 있을까?

얼마나 완벽해야 할까? 


그 뒤틀림이 참 오래 굳어져 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의 골이 깊어졌을까?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부모님께 너무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냉정해졌을까? 

"너가 잘난척 하려고 사준거 아니야?"

"너 좋자고 사준거잖아~" 


대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엄마의 자리가 된 내가 딸인 나에게 해주고픈 말.



"사랑하는 우리 딸, 내가 너 애쓴거 알아~"


"너가 얼마나 애썼는지 너무 잘 알지~"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내가 알아줄게~"


"언제나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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