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작업실 Mar 09. 2022

조용한 내리막길

느슨해짐에 어색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2월의 마지막 주는 나 스스로도 긴장도가 꽤 높은 주간이었다.

코로나-오미크론 확산이 너무 심해져서 어린이집에서는 확산을 막기 위해 가정보육을 권유했다.

그렇게 가정보육을 하면서 수업을 계속 이어서 해야 했다.

잘하지 않는 친정엄마 찬스도 썼다.

이렇게 저렇게 미루다 졸업식 없는 졸업을 맞이했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치원 생활을 맞이했다.

3월 2일이 초등부가 입학식인데 3월 3일이 유치원 입학식이었다. 시간은 겹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수업 시작 일이 겹쳤기 때문에 엄청 긴장했었다. 첫인상은 각인되기 쉽다. 그래서 틈틈이 애쓰고 밤도 새웠다.


아이가 예전에 첫 어린이집 적응에 힘들어해 기관을 한 차례 바꿔본 적이 있다. 그 과정이 너무 괴로워 이번에도 그게 반복될까 봐 그 긴장도가 매우 높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는데 아이는 그동안 성장했는지 곧잘 적응했다.


꿈이 이루어지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


 온몸으로 얼었다가 녹아진 건지 운동하지 않는 내가 온몸에 이유 없는 근육통이 왔다.


아이가 잠시 유치원에 갔다면  날아다닐 것 같았던 내가 조금 멍해졌다. 첫 스타트에 에너지를 과잉으로 쓴 탓이다.

살짝 방전이 된 기분이다.


다행히 나와 인연 된 학생들은 적응을 곧잘 해줬고 수업의 시작이 행복했고 유쾌했다.



느슨해짐에 어색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게으름에 죄책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조용한 내리막길은 나를 위한 선물이다.


정상에서의 시야만큼 내리막길에서의 여유도 선물이다.

이 여유에 조급 해지는 마음을 다독여주자.


조금 느슨하고 게을러지는 순간을 위해 부단히 뜀박질을 한 거니까


산은 나의 삶을 투영시키기 좋은 오브제이다. 시작과 정상 계곡 등등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
작가의 이전글 낙향(落鄕)에서 낙향(樂鄕)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