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작업실]
요즘 부동산 경기를 보니 인생에 가장 큰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점은 바로 서울살이를 누리다가 낙향(落鄕) 했다는 점이다.
그게 뭐 그리 대수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래 어설프게 조금이라도 가져보고 누려봤던 사람이 그 지대에서 한 칸 내려오기가 무섭다. 뭘 해도 성에 차지 않고 너무 강렬한 풍요를 누리고 갑자기 발이 묶인 사람처럼 느껴지는 답답함이 있었다.
강남에 살고 있고 또는 강남에 곧 입성할 그 삶에서 빨리 우선권을 가진 깃발을 잡은 사람들의 후일담을 유튜브로 참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난 참 운이 좋게도 그곳에서 일을 해봤고 그런 사람들의 자녀교육을 정말 현미경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기간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정말 많은 감정들은 박제해놓고 품고 있다가 내가 너무 유행을 따르고 주변 말에 흔들릴 때마다 그 박제해뒀던 감정 전리품을 바라보면서 다시 정신을 다잡는다.
그런 자기 삶의 통제권을 가지지 못한 채로 누리게 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사람을 허무하게 만들고 순간순간을 놓치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그곳에는 향기가 났다고 믿었다. 여러모로 객관적으로 따져봐도 오래된 부자든 신흥 부자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유의 냄새가 있으니까. 또 그 안에서의 사람 삶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으니까. 저절로 측은지심의 마음을 느꼈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도 나에게 그런 메시지가 훅 들어왔다.
나는 서울에서 다시 낙향을 했을 때 그때는 절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정말 풍요롭게 잘만 지냈다. 물론 내적 방황은 물론 있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차근차근 움직여 지금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지금 있는 곳은 조금 외진 곳이지만 소득 대비 정말 많은 것을 누릴게 널려있다.
정말 재밌는 점은 이곳 근처에는 쇼핑센터가 거의 전무하다.
이렇게 외지고 특별한 게 없는 이곳에 있다 보니 오히려 더 지역으로 움직이게 되고 더 우리나라의 새로운 곳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유튜버들은 특히나 돈을 좀 번 부동산 하시는 분들은 결국은 서울로 오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그게 가능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입장인 사람이 많다.
그럴 때 지금 가진 나의 집, 지금 나의 외적 공간을 충분히 호흡하고 즐길 수 있길 권해본다.
때로는 곧 떠날 이방인처럼, 때로는 아주심기 할 것 같은 새내기 마냥 즐겨보자.
그분들의 말은 틀린 말은 없기에 방향성 칸에 넣어놓고 지금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지켜보고 새길 예정이다. 나의 낙향(落鄕)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낙향(樂鄕)으로 박제하고 그 전리품을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즐거웠다고 할 그때를 위해 오늘, 지금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