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작업실 Jan 05. 2023

<더 글로리>를 보고

학교폭력 이야기

한참을 망설이다가 잔인한 장면에서 빠른 스킵도 하고 참 오랜만에 본 잔인한 스릴러 드라마다.

드라마라서 더 연출되고 더 꼬이게 더 자극되게 표현될 수는 있겠지만

다 떠나서 조금 찾아본 대로라면 괴롭히는 장면이 실화라는 얘기에 충격이 더 컸다.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했었다. 저렇게 세게 괴롭힘을 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일상의 내면을 그립니다'를 쓰게 된 동기도 학교폭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쓴 글에서는 많이 지워내고 엄마가 볼 거라는 생각에 한 번 더 정제했었다. 그런데 정말 리얼한 영상으로 찍는다면 내 모습은 저런 모습이었을까? 

저렇게 흙빛의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나를 더 불쌍하게 생각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미 많이 지난 일이라서 피해자 모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은 꽤나 오랜 시간 사람을 멍들게 만드는 것은 맞다.


나 또한 작은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있고 엄마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이 한곳에 모여서 수군거리는 모습만 봐도. 조금만 힐끗거려도. 아주 어렸을 때 받았던 어린 내가 가슴을 졸이고 "내 얘기 하나? 나 오늘 이상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금방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그런데 정말 더 세게 물리적 폭력을 당한 학폭 피해자가 있다면 자신의 무력함에 얼마나 자신을 더 한탄스럽게 생각할까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약해서 때릴 줄 몰라서 당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더럽혀지고 잔인해지는 선택이 나쁜 걸 더 잘 아는 내가 참고 봐준 거니까.

김은숙 작가님이 아마도 그런 학교폭력 가해자를 위한 완벽한 교과서를 준비한 것 같다. 딱 그들 시선에서 말이다.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의 은근한 따돌림을 주도했던 그들에 대한 분노도 다시 한번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나는 최근 본 책에서 화는 90초면 사라진다고 했고 그걸 몇 번 대면한 후 그만큼 화가 나지 않는다라고 작가가 얘기한 부분이 생각난다. 난 그 부분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이 작가분은 아직 그만큼은 분노해 본 적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고 시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될 화의 두께는 한 번에 사라질만한 업장이 아닐 건데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절대 비난이 아니라 내 견해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도 또 그 아픔이 되살아 나고 또 다른 영화나 드라마로 그 아픔이 건드려져도 예전만큼 덜 화가 날 뿐이지 조금씩 욱신거릴 수 있다. 그런 수많은 과정을 통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다.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도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학폭 피해자들이 상처가 한뼘더 가벼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어깨를 더 펴고 더 싱긋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너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은 열등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