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온 자리라 지금도 후련함과 함께 아쉽고 한 번씩 이사 온 곳에서도 벨을 누르고 아이들이 들어와 종알종알 떠들 거 같은 상상이 돼 마음이 혼잡했다.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난 다시 가진 게 없고 제로베이스로 시작해야 한다.
20대 때는 정말 겁 없고 뭐든 새롭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조금 게을러졌고 모든 일에 생각이 많아졌다. 주위에서 떠밀어서 박수 치거나 칭찬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절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찾았다.
억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저절로 움직여지는 상태 말이다.
그 말은 행동에 내적동기가 엄청 중요 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내 브랜드, '미니작업실'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어떤 유형의 미술을 가르칠지를 생각하게 됐다.
미술은 정말 순수한 분야이지만 목적이 순수할수록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든다. 미술뿐 아니라 예체능이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더 깊이 근원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싶었다. 난 이곳에서 최소한 3년 이상은 살 것 같기 때문이다. 일에도 밀물썰물처럼 일이 폭발적으로 늘 때도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때도 있다. 그때 자유롭게 일서핑을 타려면 목적이 탄탄해야 한다.그렇다면 일의 흐름을 타기 전에 개념이 쌓여야 하고 그게 탄탄해야 작은 교육원이라도 크게 중심 잡힌 업의 개념(수업의 본질)을 소개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어제까지도 고심했고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아 괴롭기까지 했다.그 괴로움에는 참고했던 여러 서적이 있었다. 모든 사업가들은 서민갑부가 되지 말고 사업을 하라고 한다. 시스템을 갖추라고 한다. 근데 나는 '교육'사업이고 그 중심에 그림을 가르치면서 오는 피드백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경영을 좋아하는 나였다면 엑셀작업하면서 수익을 계산할 때 이익이 많을 때 기뻐해야 하지만 난 재료비 책정을 너무 후하게 해 버려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할 정도로 수익에 대한 개념과 그 욕심이 없는 편이라 서민갑부형 미술원장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많은 책에는 그런 장인형 스타일은 큰 부자가 못된다고 했다. 부자는 돈도 포함되지만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 업에서 장인이 되지도 않았는데 시스템을 생각하는 건 나에게는 오만이고 욕심이라고 느껴졌다. 아직은 내가 경험이 여물지 않아 조언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미니작업실에서의 미술을 정의해 봤다. '소외시키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데이비드 호킨스박사의저서인 '의식혁명', 예술 속의 힘 파트에서 언급했듯이 웅장하고 장엄한 표현만큼 전통적인 단순한 가옥, 작은 초가집의 매력도 미적 감수성의 힘을 일으킨다고 얘기했는데 내가 말한 미의식은 그런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