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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작업실 May 07. 2024

지금 심으면 계속 꽃 피워요!

intro

"너무 예쁘죠~! 지금 심으면 계속 꽃 피워요~!"

"정말요~? 언제까지요?"

"서리 내리기 전까지 계속 피는데 집 안에서 키우면 더 잘 자라죠~!"



나는 이렇게 영업당해 화초를 들여왔다.

그렇게 대부분의 초보 식집사가 그렇듯 이후에 꽃은 점점 말라가더니 갖은 노력을 다해도 시들기 시작해 원래 그랬듯 초록이 화분이 추가됐다. 이전에 집 안에 한 두 그루 정도 가지고 있던 초록이들은 새 형제를 맞이했다. 기억날 때만 물을 줘도 너무 잘 자라는 잡초스러운 아이들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특별히 꽃이 있는 아이를 데리고 왔더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더 놀랐던 건 나의 관심과 집착이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잘 맞아 키우기 쉬운 화초를 데리고 오면서 한 포트, 두 포트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평생 그림을 가르치고 그려왔던 나는 아이러니하게 그림을 그려도 좀 심심했다. 마침 그림을 그리려면 그릴 대상이 필요한데 자연을 많이 그리는 나에게 꼭 맞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취미에서 덕질의 경계를 오가는 지점에서 은근히 배우게 되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때부터 글을 쓰고 싶기도 했는데 그때는 글을 담을 만큼 가득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존경해 마지않는 박완서 작가님이 글을 배우는 자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은사 선생님께서는 말하지 않고는 안될 것 같은 마음을 가졌을 때. 즉 익었을 때 글을 쓰라고 말이다.

그렇게 많은 메시지들이 가득 차게 되어 조금씩 나눠보려고 한다.

요즘 돌아서면 괜찮았던 문장도 기억이 안 나고 좋았던 깨달음도 사라져서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시든 꽃잎을 정리할 때면 20대 때 고군분투하며 앞가림하려고 애썼던 불안 가득한 내가 스치곤 한다. 그때, 나는 지금의 여유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앞뒤로 꽉 막힌 굴을 파는 기분 말이다.

지금은 대단한 뭔가가 되지도 않았고 꽃을 너무나 잘 피우는 식집사가 된 것도 아닌데 일상에 꽃을 맞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과 적절한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시기를 맞이한 요즘, 이 여유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면서 바쁠 때, 일이 꼬일 때, 일이 잘되지만 바쁠 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바쁠 때, 여유가 있을 때 등등 내가 의도하지 않는 어떤 시기를 지나가곤 한다. 지금 나는 지난 바쁜 날들을 보상하듯 템포가 느린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가 작은 여유에서 발견한 작은 얘기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심폐소생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호흡으로 좀 더 자신을 응원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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