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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작업실 May 21. 2024

잔정으로 키우기

마음밭


나는 사람을 나무나 화초 하나에 비유하기보다는 '마음밭'이 더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다면적인 존재인 것처럼 정원같이 입체적인 곳과 비유해야 맞다고 느낀다. 마음밭 전체에 크게 차지할 과업들을 배치했다면 잔정을 발휘해도 좋을 요소를 마련해 보자. 너무 힘주지 않아도 적당히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삶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렇게 특정한 대상을 어루만지며 잔정을 나눴던 경험은 주변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에 저절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잔-정 (잔情) : 명사         1.              자상하고 자잘한 정.                      




잔정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는 '작아서 부담 없지만 센스가 담긴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잔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느낀다. 그 모습이 투박해도 정이 보이는 느낌이 있다. 이때 받을 것을 계산해서 주고받는 적립식 친절은 제외다.


반대로 크게 해야 할 일은 다 해주지만 어딘가 허전한 사람들은 대체로 내 입장에서는 잔정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특별히 무례하거나 못된 것은 아니지만 자잘한 기쁨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교감은 싫지는 않지만 어색하고 기쁘지 않다. 방법이 서툴거나 다듬어지지 않아도 잔정이 느껴지는 다양한 교감에 매력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관찰한 사람들 중 잔정이 많은 사람들이 화초든 동물이든 잘 키워내는 것 같다.

잔정이 있는 사람은 배려를 공부한 사람이라 어떤 일을 단조롭게 보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잔정이 많다는 뜻은 일단 '눈치'가 빨라야 시작이 되는 영역이다.

눈치가 있어야 아는 척, 모르는 척을 하며 내 표현이 상대에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 조절을 할 수 있다.


화초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질서를 잡기 위해 우당탕탕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자잘한 관심만 가지고 살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계속해서 비료나 물을 주지 않는 것처럼 꽃을 기다리지만 꽃대만 바라보고 동동거리거나 재촉하지 않고 그저 바람은 잘 부는지 체크해 주고 흙은 적절하게 촉촉한지 살펴봐 주는 게 필요하다.

기다림이라는 게 물을 주고 흡수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꽃봉오리에서 만개한 꽃으로 피워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잔정이라는 것은 타고난 천성도 있지만 하나씩 배우고 의식하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하면서 사귐을 배워나가듯이 말이다.

나이가 들어 잔정이 많은 할머니가 된 나를 상상하면 푸근한 마음이 들지만 매사 무정하고 계산적인 느낌이 든다면 어딘지 거리감이 생길 것 같다.


하루를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에게 아주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면서 살기에 급급할 때가 있다.

해야 하는 일에 치여 하고싶은 일을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잔잔한 인간미마저 잃어버릴 때가 있다.  마르고 뻣뻣해진 자신을 위해 마음밭에 잔잔한 정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종류를 심을지는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그게 고유의 매력, 향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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