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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히 Mar 15. 2018

AE에게 '글쓰는 대외활동'이란?

대외활동, 글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취미활동이 되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읽는것도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획자라는 직업을 갖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업과 취미를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런 패기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지금보다 5살은 족히 어렸기 때문이더라.) 대학생들의 스펙쌓기에 효과적인라는 대외활동에 눈독들이기 시작했고, 약 2년간의 직장인이자 대학생으로 치열한 대외활동을 했었다.


@unsplash


그 시작은 참으로 우연이면서도 필연같았다. 어줍잖지만 문화생활을 혼자서도 잘 즐겼던 나는 이 취미활동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마침 한 비영리단체에서 공연 관람 후기를 작성하는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난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지원했고, 덜컥 에디터가 되어버렸다.

활동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지, 매우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그 공연에 대한 후기를 쓰면 된다니! 평소에도 영화 한 편을 봐도 구구절절 후기 쓰는걸 좋아하는 나에게 이것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대외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첫 번째 대외활동을 마치고 난 후,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국내 다수의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정말 다양한 주제로 에디터나 서포터즈, 기자 등을 모집한다는 글을 접하고 만것(!)이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어디를 지원해야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여기저기에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직장인이자 대학생을 겸하고 있던 시기인지라, 대학생만 모집하는 활동에도 지원서를 내밀 수 있었다.


그렇게 대외활동의 종류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는 서울 인터넷 시민 감시단부터 한국도자재단 서포터즈, 교육부 기자단, 국립현대미술관 고객평가단, 서울문화재단, 굿네이버스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활동들을 해내지 못했으리라. 마침 무언가를 보거나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 보면 으레 대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혹은 학창시절에 해볼만한 활동들을 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은 100% 회사를 다니는 기간동안 했던 것들이다. 사실, 상황이 좋았다. 마침 재직중이던 회사의 업무강도가 높지 않아서 야근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연차도 보장되어 있다보니 활동을 위한 미팅이나 면접, 정모에 참석하기 위해 한달에 하루정도는 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지난주에 관람했던 공연을 떠올리며 후기를 쓰고, 정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 바쁜 일이 생기면 귀찮아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직장인이다보니 대외활동보다는 업무에 더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던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글 쓰는게 좋아서'이다. 


물론 내가 글을 잘쓰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좋아하다보니 잘 쓰고싶어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뿐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순간들이 더 많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대로 수정하다보면 글의 방향이 먼 산을 향해 가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다보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을 대외활동에서 터트린 것이다. 


대외활동을 하는 기간동안 힘든 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생들의 스펙에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될 활동을 이미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 가로채서 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기에 주변의 모난 시선을 외면하며 꿋꿋하게(?) 저질러놓은 일들을 수습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활동들은 무엇이 되었던간에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꾸준히 활동하던 어느 리뷰단의 담당자와는 친분이 생겨 가족의 슬픈 일에도 함께 해줄 정도가 되었고, 또 어떤 이는 공무원이 되어 업무차 세종시에 내려가게 되면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그뿐이랴. SNS에서 안부를 묻는 수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활동들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다. 학창시절에 만난 인연보다 더 많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었던 활동을 꼽자면 '굿네이버스'에서 2년간 했던 모니터링 활동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온라인 서포터즈 활동을 했던것이다. 누군가를 돕거나 재능을 나누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이 두가지 활동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로 긍정적인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알게된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지속되면서 지금까지도 훈훈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는 기부문화, 장기기증문화에 대한 내 생각과 의견을 정리해서 주변에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쓰는 대외활동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홍보글을 대신해서 써주는 개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의 홍보 리뷰를 써주는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단체나 기관의 에디터 활동을 하다 보면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좋은 주제로 좋은 글을 쓰면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 3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이라서 바쁘고 피곤하니까, 업을 취미로 삼을 수는 없으니까, 돈이 되지 않으니까... 대외활동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자면 수십가지가 되겠지만 단 하나라도 그 대외활동을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동안 쉬고 있었던 좋은 대외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회색빛으로 물든 촉촉한 오후다.


지난 대외활동들 리스트

· 통계청 제안 민원 모니터링단 (2015.1 ~ 2016.6)
· 행정자치부 사이버 서포터즈 9기 (2015.4 ~ 2015.12)
· 교육부 기자단 - 2015년 1기 (2015.4 ~ 2015.7)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블로그 기자단 7기 (2015.1 ~ 2015.12)
·  세종특별자치시 그린바이오 서포터즈 2기 (2015.1 ~ 2015.5)
·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모니터단 6기 (2014.9 ~ 2015.8)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드림팀 블로그기자단 예술여행분야 (2015.1 ~ 2015.12)
·  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 기자단 11기 (2015.1 ~ 2015.12)
·  국립여성사전시관 서포터즈 (2015.1 ~ 2015. 6)
·  한국도자재단 온라인 기자단 (2014.3 ~ )
· 아트인사이트 리뷰단 (2015.1~2015.12)
·  2015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서포터즈 홍보팀 (2015.3~2015.4)
·  허영만전 창작의 비밀 온라인 서포터즈 (2015.4 ~ 2015.5)
·  국립현대미술관 고객평가단 1기 (2014.3 ~ 2014.10)
·  서울특별시 인터넷 시민감시단 (2014.2 ~ 2014.12)
·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모니터단 6기 (2014.9 ~ 2015.8)
·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시민모니터 (2014.7. ~ 2014.12)
·  서울국제음악제 온라인 서포터즈 (2014.4. ~ 2014.6)
·  아트인사이트 리뷰단 (2014.6 ~ 2014.12)
·  한국도자재단 온라인 기자단 (2014.3 ~ )
·  굿네이버스 회원 모니터링 6기 ~ 7기 (2014.4~2015.11)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온라인 서포터즈 5기 (2014.4 ~ 2014.11)
·  서울특별시 인터넷 시민감시단 (2013.2 ~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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