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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히 Feb 15. 2017

개와 고양이와 나와

늙은 개와 어린 고양이의 쫓고 쫓기는 시간

개와 고양이는 서로 상종하지 않는 동물로 유명했다. 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개와 고양이를 멀쩡히 동시에 잘 키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동물들의 성격이 유연해진건지, 아니면 키우는 사람이 작정하고 잘 키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힘들게 동물을 키우고 있는것임에는 틀림 없다. 그렇다면 개와 고양이를 동시에 키우는 것이 대체 뭐가 힘든지 다른 사람들도 알아줄 필요가 있다. (혼자만 알고있기엔 너무 빡세다.)


'맹'고양군과 '다몽'개군


1. 털뿜뿜, 그 끊임없는 돌돌이와의 전쟁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가 멀다하고 뿜어져 나오는 털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적잖게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으로써 언제나 고민이면서도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털뿜이다. 돌돌이 한통을 전부 다 쓰는데 2주도 채 걸리지 않는다. 동물을 '고르는'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만약에 나에게 동물의 털 색깔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까만색 고양이를 키웠어야 하는 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한다. 내 옷의 대부분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맞게도 내가 데려온 고양이는 새하얀 설원에 던져놓으면 찾지도 못할정도로 새하얀 색이다. 즉, 털이 몇 가닥만 붙어도 너무나도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강아지라고해서 예외는 없다. 물론 고양이만큼 털이 많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도 엄연히 털이 빠지거나 털갈이를 하는 동물이다. 방치하고 털을 기르다보면 내가 키우는 개의 품종이 의심스러워질 수도 있다. (물론 관리하기 나름이지만.) 막상 강아지의 털뿜에 대해 쓰려고 하니 쓸 말이 많지는 않구나.


이 둘의 털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모질'이라 할 수 있겠다. 본질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털은 그 모질이 격하게 다르다. 강아지의 털은 사람의 머리카락 혹은 실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반면, 고양이의 털은 뻣뻣하고 빳빳하고 딱딱하고 뾰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강아지 털은 옷에 붙었을 때 손으로 쉽게 털어낼 수 있지만 고양이의 털은 털어낸다는 개념보다는 뽑아낸다는 개념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돌돌이를 아무리 굴려도 잘 안떨어진다. 물론 고양이 품종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최소한 고양이의 털뿜뿜양은 그 어떤 고양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애초에 털이 없는 고양이나 개는 예외로 한다.)



2. 짖거나, 울거나

동물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짖거나 운다. 좀더 명확히 하자면 개는 짖고 고양이는 운다. (물론 우리집 개는 운다. 꺼이꺼이 하고.) 개는 주로 컹컹 짖는다. 태생이 목젖에 스타카토가 붙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목젖에 삐삐가 있는것처럼 부르르르르 떨린다. 야옹! 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게 야오옹, 야오오옹, 야아아아오오오오오오옹, 그르릉, 그르르르르르르르를르르를릉 이런식으로 표현된다. 둘 중에 누가 더 조용하다거나 시끄러운건 없다. 둘 다 지들이(?) 필요할대 짖거나 우는건데, 그 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이웃 주민들에게 가끔씩 민원을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짖지 않게 하려고, 울지 않게 하려고 하는 수술들이 있다. 으례적으로 개는 꼬리를 자르고, 고양이(수컷의 경우)는 중성화수술을 한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개와 고양이들에게는 씨알도 안먹혔다. 수술 전 목소리가 10데시벨이었다면 수술 후에는 9.5데시벨이 된 정도? 물론 이 또한 품종에 따라 정말 딱 짖음과 울음을 멈추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확률은 그리 높진 않은 듯 하다. 그럴바엔 그냥 이쁜 꼬리 안자르고, 중성화 안하는게 낫겠다 싶다. (사실 중성화는 울지 않게하려는 것보다는 수컷의 '스프레이'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더 많다.) 그런 예민한 이웃이 주변에 사는 것 또한 철저하게 피곤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3. 자자, 날 좀 재워줘

동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아마도 다르게 흐르는 듯 하다. 사람은 아침이면 눈 뜨고 일어나고 해 떨어지면 잠들지만 개와 고양이는 꼭 그걸 지키면서 살지는 않는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녀석들은 밤낮 구분 없이 불러제끼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다고, 간식이 땡긴다고, 화장실에 똥쌌다고(화장실 모래 갈아달라고), 잠 안오니까 놀아달라고 등등 시시콜콜 버라이어티한 이유들로 우리의 숙면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늦은 시간에야 집에 돌아온 주인한테 애교도 부리고 예쁨받고싶은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어쨌든 우리도 부지런히 일하고 돈 벌어야 아이들 먹일 밥과 간식과 장난감과 병원비(!!!)를 마련하는데 그 시간을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동물과 함께 사는 데 있어서 사람(주인)과의 오랜 시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개와 고양이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정서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나의 부재로 인해 개와 고양이가 불안함을 느끼게 되면 마주했을 때의 반가움은 당연히 크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내 현실이 녹록치 않다면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 안되는게 맞는 말이지만, 또 어정쩡하게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믿고 맡겼던 것도 사실이다. 순간순간 매우 귀찮고 힘들게 하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내 숙면을 때때로 방해하곤 하지만, 그래도 서로 눈 뜨고 마주보고 손 잡고 장난치고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나는 기꺼이 내 숙면을 포기하곤 한다. 이거 진짜 쉽지 않은 일이다.



4. 친하게좀 지내라, 누가 보면 남인줄 알겠다

이건 좀 웃긴 얘긴데, 나는 개와 고양이를 보며 '친하게 지내라, 싸우지좀 말고. 때리지 말고'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차피 이 긴 문장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애들한테 말이다. 올해로 10살인 다몽(개)이는 4살인 맹이(고양이)에 비해 여러모로 체력이 부족하고 민첩하지도 못하다. 고양이가 나쁜 맘을 먹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다몽형에게 놀자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오늘은 형아를 조져놔야지' 하고 덤비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럴때마다 나는 고양이를 나무라는데, 그 때 다몽이의 눈빛을 보면 '그럴줄 알았다, 섀킈ㅋㅋ' 같은 눈빛인것 같다. 느낌상. 그래도 우리집 개와 고양이는 나름 친하게 지내는 편에 속한다. 아무래도 개 나이가 더 많다보니 알짱거리는 어린 고양이놈에게 캉캉거리며 혼내는 경우가 많긴 한데, 싸운다기보다는 정신사납게 뛰어다니지좀 말라는 의미가 더 크다. (고양이녀석이 가끔씩 미친척하고 온 집안을 휘젓고 우다다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걸 보면 '아, 점마가 그래도 지가 형이라고 동생 훈계하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이런저런 투닥임과 함께 지낸다. 분명 종이 다른 남이 맞는데, 왜 나는 이 둘이 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걸까. 내가 이상한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키우는 맛(?)이 있는 개와 고양이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끼니를 챙겨주고, 배변을 도와주고, 잠자리를 정리해주는 등 해야 할 일들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건, 내가 이 두마리에게 쏟은 마음과 정성을 느끼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아는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앞으로 얼마간의 시간이 나와 이 둘에게 남았는지 모르지만 모든 순간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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