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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r 16. 2021

나의 세계이자 하늘인 당신

헌정

헌정은 클래식 음악계 대표 커플 슈만 부부의 연애사를 1곡 요약으로 알려주는 작품이다.  로베르트 슈만은 스승님의 따님에게 반해 그동안 가르쳐주신 은혜도 저버리고 법정 투쟁까지 해가며 사랑에 불타올랐고, 승소와 동시에 클라라 슈만이 나이가 차며 결혼에 꽃길이 펼쳐졌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나이가 된 로베르트 슈만은 사랑꾼의 마음을 담아 헌정을 작곡해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다. 


가사와 작곡가의 상황이 찰떡같아서 작사까지 같이했나 싶지만 원래 있던 시에다 음악만 덧붙였으니 오해는 금물이다.


로베르트 슈만은 헌정을 작곡해 결혼에 성공하며 둘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면 우울하고 난해한 슈만 작품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로베르트 슈만의 정신질환은 당시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생활고도 닥쳐 7명이나 되는 자식 놈들 먹여 살리기도 버거웠다. 결국 자살시도 끝에 40대에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심 파괴 결말이 나왔으니 헌정 속 사랑은 파국이 된 셈이다. 역시 영원한 건 절대 없어.




https://youtu.be/j7Nc6rcvC3g


황수미 & 헬무트 도이치 듀오 콘서트 | KBS 클래식

가사만 보면 남자 전용 곡 같지만 남녀 공용 노래다. 요즘 노래처럼 오빠나 내 여자 같은 표현도 안 나오니 어찌 보면 성중립 단어 사용의 효시인 셈이다(?) 남녀노소 모두 아는 조수미 선생님 버전은 이미 들었을 테니 올림픽 개막식의 여제 황수미 소프라노 버전으로 들어보자.



https://youtu.be/5VkE9fEj7sM

2020년 3월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앙코르 연주 | 손열음 공식 유튜브

원작은 가곡이지만 피아노러들의 원수 리스트가 편곡한 피아노 독주 버전이 더 인기가 많다. 원작초월물의 시초도 클래식 음악부터인가.... 피아노 독주 버전은 본 프로그램용 레퍼토리보다는 짧고 적당히 어려워서 앙코르로 많이 나온다. 본 프로그램만큼 길면 싸이 모드인 관객에겐 어이쿠 감사합니다지만 막차 타야 하는 관객은 피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앙코르라도 너무 쉬운 곡을 연주하면 갑분개콘과 함께 답답해서 내가 치겠다는 취미 악기러 관객들을 자극한다. 그런 면에서 헌정은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리 모씨다운 화음 연타 파티는 빠지지 않아 쇼소 2번처럼 멜로디 낚시에 걸려들기 딱 좋은 곡이다.


헌정을 너무 치고 싶은데 리 모씨가 부모님의 원수 수준인 실력이라면 클라라 슈만 편곡 버전으로 연주하자.



https://youtu.be/W5DNUzfCpBk

2019년 6월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나의 클라라' 앙코르 연주 | 목 프로덕션

이 영상에서는 헌정의 알흠다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객 특유의 광기 리액션도 감상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박수와 환호가 공연 보러 가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외국 관객들은 콧대가 높으셔서인지 도서관 리액션이나 야유가 나오기도 한단다. 아니 그럴 거면 공연장에 왜 와요? 모 지휘자가 베를린에 돌아갈 때 오늘 온 관객들을 다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한 건 다 이유가 있다.



https://youtu.be/9WRFSz2vv4w

2013년 3월 제46회 아트엠콘서트 '아트엠 라이징 스타 시리즈' | 문지영 연주 | 아트엠콘서트

가사의 뜻과 작곡 배경이 잘 알려진 몇 안 되는 작품이다 보니 임자 없는 연주자들이 이걸 연주하면 쓸데없는 호기심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2호 최애님과 선우예권은 관객들에게 헌정한다고 쐐기를 박아 분탕 종자들의 팬덤 진흙탕화를 막았다. 정작 팬들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신경 안 쓰는데 꼭 평소에 코빼기도 안 보이던 인간들이 쓸데없는 소리에만 열심이다.


참고로 달지영님은 임자 있는 몸이니 이런 쪽으로 궁예는 하지 말도록.



https://youtu.be/wPtk09KQ35o

뉴욕 스타인웨이 공장 모델 B 셀렉션 룸 | 티파니 푼 유튜브

게다가 불암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에 준영이 송아에게 바치는 앙코르로 나오면서 헌정=프러포즈 곡이라는 공식은 국롤이 되었다. 하필이면 드라마 종영하고 얼마 안 돼 1호 최애님의 리싸투어가 이어져 앙코르 희망 글에 헌정은 출석도장을 찍어댔다. 게다가 서울 공연에는 불암스 드라마 주연배우들도 관람 와서 세계 신기록급 설레발이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조싸이 모드로 졸라맨의 그림이 당첨되었다. 


최애님의 성격을 봤을 때 유행 타는 작품을 연주하진 않을 것 같아 난 진작에 포기했지만..... 게다가 앙코르로 헌정 나오는 순간 분탕 종자들의 주요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안 봐도 너튜브다. 그냥 연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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