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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r 19. 2021

베선생님도 감미로움을 함유하다니

안단테 파보리

클알못부터 클잘알까지 베토벤 하면 열정 소나타 같은 씩씩하고 대장부스런 작품이나 운명 교향곡 같은 우울한 멘붕 브금 전용 작곡가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베선생님 인생도 암울암울 흐름 속에서 몇 줄기 정도는 빛이 있었는지 밝고 감미로운 곡도 많다. 그러니 이히 리베 디히는 음악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인 불후의 명곡인데 아무도 베토벤이 지었다는 생각을 못 하는 곡이다. 매번 못 이루어질게 뻔한 사랑인 줄 알면서도 가슴은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한 건가? 




사실 모태솔로여도 손발 소멸급 연애물은 간접경험과 상상력이 뛰어나면 쓸 수 있어서 상관없긴 하다. 창작활동을 위해 연애 좀 하라는 망언은 접어 두시라.



안단테 파보리도 음악만 들으면 슈선생님이나 쇼선생님이 지었다고 착각하기 딱 좋다. 열정 소나타처럼 몰아치는 화음 연타 파티가 없고 녹턴이나 발라드처럼 환상적인(?) 선율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베선생님도 베피소 12번이나 봉고차 후진송을 봤을 때 서정적 갬성을 싫어하진 않았던 것 같다.



https://youtu.be/_k1DyifKWVE

베선생님 작품 연주에서 4호 최애님을 빼놓으면 섭하다. 클알못 모친도 베토벤 곡이 잘 어울린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부터 찰떡이기 때문이다. 저런 포오쓰로 샬랄라한 곡을 연주하면 관객들이 난 지금 뭘 보고 있는가 모드로 뇌내혼란 오기 경기도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대학 일기'의 자까는 스승의 날에 근엄한 선생님일수록 귀여운 선물을 드리는 일이 재밌었다고 하니 오히려 반전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피소나 모피협 연주 영상을 보면 괴리감보다는 555 하는 탄성이 나왔으니 안 어울린다는 말은 취소해야 하나? 모선생님이라고 깜찍 발랄만 있지는 않잖아.



이런 명연주자 영상에서 왜 K-환호가 빠져있는지 의문이라면 공연 날짜를 보면 된다. 코시국 소용돌이 속 3전 4기 끝에 열린 연주회라 무관중 온라인 중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연주가 끝난 뒤 힘없고 쓸쓸한 최애님이 눈에 띈다. 오죽하면 비매너 관객들이 내는 소음까지도 그립다고 했을까.




https://youtu.be/_2fq6iVvXLA

사실 베선생님 전문 연주자 하면 손민수 피아니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몇 년 전 합창 환상곡 영상을 보고 한국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구나 했는데 베토벤 전문이셨다니ㄷㄷ 사실 4호 최애님처럼 분위기부터 베선생님 포오쓰라 환상 조합이긴 하다.




https://youtu.be/Hyzh0YWfAnk

원래 안단테 파보리가 발트슈타인 소나타 2악장이었다는 점은 베선생님 덕후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던(?) 친구가 너무 길고 안 어울린다고 한 마디 해서 독립 작품으로 내고 발트슈타인 소나타 2악장은 새로 작곡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만약 안단테 파보리가 그대로 발트슈타인 2악장이 되었다면.... 베선생님은 전 지구 피아니스트들의 원망을 1톤 트럭 단위로 잡수셨을 것이다.


사실 베선생님의 이상은 지금 남아있는 작품보다 더 복잡하고 화려한 음악이었다고 한다. 만약 베선생님이 살던 시절 현대 피아노가 있었다면 전 지구 피아니스트들에게 리 모씨 뺨치는 원수가 되었을 것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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