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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r 17. 2021

바흐의 불면증 치료제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양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는 원래 다양한 악기와 함께 가사가 있는 성악곡이다. 바흐의 성스러운(?) 작품 형식들 중 하나인 칸타타에서 그나마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는 스타일이라 재생 버튼 누르고 숙면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 곡이다. 음악의 아버지답게 탄탄한 구조에 그렇지 못한 멜로디 라인이 특징인데 양들이 풀 뜯는 칸타타는 어찌 그리 멜로디가 잘 드러나는지 신기하다.


바선생님이 수학적인 곡만 쓰다가 헤까닥 해서 이런 곡도 썼나 싶기도 하다.


양들이 풀 뜯는 칸타타가 피아노러들이 특히 잘 알고 있는 이유는 피아노 독주 버전이 있는 칸타타이기 때문이다. 20세기에 피아니스트 에곤 페트리가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편곡해 명곡집 단골손님인 예수를 기뻐하는 칸타타와 함께 인기 레퍼토리가 되었다. 다만 예수를 기뻐하는 칸타타처럼 성스러운 느낌은 덜하니 디피로 연주할 때 굳이 오르간 소리로 바꾸지 않아도 상관없다.



https://youtu.be/aKcXdm6cifM

채널 오픈 기념 신청곡 연주 영상 | 손열음 공식 유튜브

2호 최애님은 우리나라에 양들이 풀 뜯는 칸타타를 알린 일등공신이다.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해 은메달리스트 실황 앨범에 실렸고, 잔잔한 분위기로 심신안정과 불면증 치료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콩쿠르 영상은 이미 봤을 테니 2호 최애님의 양들이 풀 뜯는 칸타타 소개 영상을 보며 불면증을 치료해보자.


바선생님 인벤션 때문에 피아노 학원을 끊고 노이로제가 생겼어도 양들이 풀 뜯는 칸타타는 도전해볼 만하다. 인벤션은 시작부터 제자들 연습용으로 만든 음악이라 체르니급으로 곡 만드는 재미가 떨어지지만 칸타타는 적어도 감상하라고 만든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선생님 인벤션은 체르니 30번 후반~40번을 찍으면 같이 배우는 시리즈라 체르니 30번 책을 펴보지 못하고 피아노 학원과 결별했다면 아예 모를 수도 있지만....



https://youtu.be/LLivkOMui-E

2014년 4월 Concert of the Northwest Sacred Music Chorale | Northwest Sacred Music Chorale

헌정과 함께 클래식 음악계의 원작초월물이라 낯설겠지만 원래는 이런 음악이다. 피아노로만 연주하면 묻혀있던 성스러움은 원작으로 들어야 느낄 수 있으니 평소 신앙심(?)이 약해졌다 느끼면 추천한다.




https://www.vlive.tv/post/0-20274595

(1시간 44분 4초부터 재생하세요)

낭만파 음악만 파는 줄 알았던 달지영 언니도 바흐를 연주한다니 낯선 느낌이었다. 비록 앙코르라 아트엠콘서트 너튜브에 분할 영상이 없어서 풀영상에서 알아서 넘겨야 하지만.... 연주회 순례를 시작하면 달지영 언니도 꼭 보러 가야지.




https://youtu.be/EN9LxedfWHs

2017년 8월 피아니스트 문용희 & 탁영아 듀오 리사이틀 | 탁영아 피아니스트 유튜브

바흐 곡 치고는 덜 딱딱해서 관객 숙면 현상은 막을 수 있지만 화성 각각을 제대로 살려야 해 손 작은 피아노러는 연주용으로 쓰기 곤란하다. 무대에서 꼭 연주하고 싶다면  포핸즈 버전으로 노선을 바꿔보자. 독주보다는 음역대를 넓게 커버할 수 있으니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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