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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r 13. 2021

슈선생님은 자일리톨 값인 줄 알았지?

로자문데 즉흥곡

슈베르트의 즉흥곡 시리즈는 오푸스 90번의 2번과 4번이 톱스타 곡이다. 단선 가락 위주라 손에 익히기 쉬워 명곡집과 초딩학생 피아노 학원 연주회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초딩용 곡이라 생각해 자일리톨 맛이겠지 하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다.



엄연히 예중 입시곡에 올라가 있으니 가볍게 덤볐다간 팔뚝 아야 현상에 시달린다.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




하지만 오푸스 142번 시리즈는 찬밥신세다;; 피아노를 가장 많이 배우는 초딩시기에 손대기엔 화음 연타+90번 시리즈보다 긴 점 때문에 버겁고 중딩때부턴 공부에 집중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생겨 하차자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흥미가 없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피아노가 너무 좋은데 주변에서 공부 때문에 못 하게 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라. 고딩 2학년 때까지 취미로 피아노 레슨 받고도 대학 잘만 간 피아노러가 여기 있다.



https://youtu.be/5VyZ0vSOPWk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 손열음 연주 | 출처: 유튜브

로자문데 즉흥곡도 2호 최애님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연주로 우리나라에 널리 이렇게(?) 퍼뜨렸다. 나도 이 영상 보고 따라서 도전한 건 안 비밀이다. 다행히 쇼소와 달리 말아먹지 않고 완곡했으니 아주 못 써먹을 피아노 실력은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레슨 받으면 연주회&대회용으로도 쓸 수 있겠지. 그런데 도돌이표를 죄다 생략하고 손에 익혀서 다 살리려면 한오백년이겠다ㅠ


로자문데 즉흥곡은 이화경향 콩쿠르 초등부 지정곡을 독학으로 완곡할 수 있다면 무난히 완곡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변주곡 형식이라 나 같은 피아노러는 지겨울 수도 있지만 초견이 넘나 힘든 사람들에겐 경기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오는 화음 연타 파티만 잘 버티면 나머지는 수월할 것이다. 사실 슈선생님이 변주곡도 많이 작곡했는데 왜 이 곡은 즉흥곡 시리즈에 넣었는지 의문이다. '로자문데 주제에 의한 x개의 변주곡'으로 하려면 변주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해서 그런가?



https://youtu.be/GlBwmRPFuRs

클래식 오디세이 | 임동혁 연주 | 출처: 유튜브

임동혁 님하면 쇼선생님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슈선생님을 애정한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나 뭐라나. 아니 김정원 선생님도 그렇고 왜 피아니스트에게 슈선생님이 대스타인거지? 미니칸테표 추론으로는 두드러지는 멜로디로 관객 숙면 현상 방지+ 기교가 적당히 있어 만만해 보이지 않음이 슈선생님의 인기비결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노란 머리라니 하고 뜨악할 수도 있지만 소싯적 그는 까칠파격의 끝판왕이었다. 롱티보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인터넷 팬카페가 생기고 여중고생들이 연주회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자, 일부에서는 신성한 클래식 음악에 천박한 아이돌 문화가 들어왔다고 그를 고깝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동혁 님은 그런 시선에도 당당했다.

'오빠'때문에 클래식 음악 듣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에요.
출처:https://news.v.daum.net/v/20080107220009304


저 말 자체가 당시로서는(사실 지금도) 엄청나게 앞서 나간 생각이다. 그전까진 클래식 음악은 학교 음악 시간 숙면유도장치+ 나이 많고 유식한 부자들의 전유물 이미지가 강했는데 임동혁 님의 등장으로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솔직히 일부 사람들이 저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보다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이니 주눅 들지 말길 바란다.


더불어 지금은 노련미와 귀여움(?)을 추가로 함유해 팬들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https://youtu.be/J-PkpqcOHCY?t=115

2011년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 출처: YouTube Symphony Orchestra 2011

사실 즉흥곡 142-3번은 2차 창작물이다. 슈베르트가 연극 로자문데용으로 작곡한 음악을 차용해 피아노 독주로 편곡했기 때문이다. 연극 로자문데도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3차 창작인 셈. 후배 작곡가인 비제의 카르멘에 버금가는 가공능력이다ㄷㄷ사실 문학 작품에 음악을 덧붙여 하이브리드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것은 그 시절부터 흔한 트렌드였다. 서곡과 투우사의 노래로 유명한 <카르멘>도 '마지막 수업'으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의 소설에 음악을 덧붙여 탄생했고 <신데렐라>도 로시니와 프로코피예프의 손을 타 오페라와 발레로 각각 환골탈태했다. 물론 성공사례만 있지는 않다. 오페라 <파우스트>는 여주를 돈에 홀랑 넘어가는 뇌 무보유자로 바꿔놓고 발레 <돈 키호테>는 흔한 K-막장드라마 스타일 연애물이 되어서 원작 팬들에겐 금지곡 수준이다.


참고로 로자문데 서곡은 현악 4중주 버전도 있으니 현악기 음색에 거부감이 없다면 들어보자. 다만 주요 멜로디는 즉흥곡 142-3번 생각보다 많이 다르니 놀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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