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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Mar 13. 2021

이건 뭐 집 가까워서 명문고 쓴 서태웅도 아니고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쇼팽은 에튀드와 춤곡 전문 작곡가인 줄 알았다가 소나타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띠용했다. 무슨 이유에서 쓴 건지 알 수 없지만 총 3개를 썼다고 한다. 그중 1번은 쇼팽 히트곡 집합소인 쇼팽 콩쿠르에서 빠져있고 악보집에서 빼놓는 출판사도 꽤 많으니 지나가도록 하겠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쇼소 2번은 1악장이 타이틀곡인 다른 작품과 달리 3악장이 타이틀곡이다. 명곡집에 장송 행진곡으로 실려 있어서 처음에는 단독 작품인 줄 알았다가 조느님 영상 보고 뜨악한 건 안 비밀이다. 톱스타급 레퍼토리는 쳐다보지 않는 시리즈답게 이 글에선 1악장만 다루겠다.



https://youtu.be/zc9n2SOdksE

2015년 쇼팽 콩쿠르 본선 3차 | 출처: chopin institute 유튜브

쇼소도 히트곡이니만큼 쇼팽 콩쿠르에서 빠질 수 없다. 원래는 본선 3차 지정곡이지만 조느님은 제한시간이 널널한(?) 본선 2차에서 쇼소를 연주하고 3차에서 프렐류드를 선보였다. 사실 프렐류드는 잔잔함의 연속이라 본전 뽑기 쉽지 않아서 겁나 위험한 선택이었지만(게다가 본선 2차 때 제한시간을 거의 다 써서 실제로 위험했다ㄷㄷ) 조느님답게 인생 무대를 뽑아내고 왕좌에 올랐다. 왜 본선 2차에서 소나타를 연주했는지 묻자 조느님은 이렇게 답헀다.

소나타와 프렐류드를 모두 연주하고 싶어서요.


쇼팽 콩쿠르 직관 간다고 하면 본선 1, 2차를 추천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본선 3차랑 결선은 소나타 or 협주곡만 무한 반복해서 내 좌석이 귀호강 숙박업소가 되기 때문이다. 쇼팽 콩쿠르 풀 패키지 표는 쇼팽 협회 기부권이나 마찬가지니 쇼팽 가문 명예 후손급 마니아가 아니면 미끄러지듯이 패스하자.



https://youtu.be/bB6Z0Mxwp14

이소라의 두 번째 프러포즈 2018년 5월 9일 방영분 | 출처: KBS N

곡 분위기로 봐선 이름부터 엄숙한 XX아트홀 같은 장소에서 연주해야 제맛 같지만 김가든 선생님은 이 곡을 대중가요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다;; 아니 김가든 선생님이 왠 쇼팽 곡인가 싶지만 이래 봬도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본선 진출자다. 결선 문턱 바로 앞까지 갔으니 쇼소는 토 나올 정도로 반복했을 테니 못 치는 게 이상한 수준이다. 지금 이미지로는 상상도 안 가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해서 김가든 선생님이 진절머리가 나 음악영화 출연, 대중가수들과 콜라보 같은 파격적인 도전들을 시도했을 정도니까. 사실 한 작곡가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은 자칫하면 연주자의 능력을 깎아내리기 쉽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게 좋은데 기자들은 그걸 모른다.


나중에 모 다큐에서 김가든 선생님은 그전까지는 본선에 진출한 한국인 참가자가 아예 없어 한국인에게만 쇼팽 콩쿠르의 벽이 높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국 클덕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국제 콩쿠르가 된 걸 보면 역시 8282의 민족답게 10년이 넘어가면 강산이 아니라 천지가 개벽하나 보다.



https://youtu.be/eutOYMCYYNo

출처: Tiffany Poon 유튜브

쇼소 2번 1악장은 죽음의 무도와 거피협 바장조를 섞어놓은 분위기이다. 연느님 팬이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내적 피겨를 타는 현상에 시달려 나온 평론(?)이다. 공교롭게도 죽음의 무도와 쇼소 2번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내 묘사가 아주 해괴하진 않을 거라고 믿겠다.

참고로 조느님의 연주를 듣고 오 나도 저렇게 쳐봐야지 하고 섣불리 독학에 도전하는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귀에는 멜로디만 들려서 저 음들만 치면 되겠지 싶지만 악보는 리 모씨 뺨치는 수준이다ㄷㄷ 두 페이지 건드리고 책꽂이에 처박아두는 현상이 싫다면 레슨을 받아 완곡하자.



https://youtu.be/ti9ZoVMZgGM

 2018년 쇼팽 시대악기 콩쿠르 본선 2차 | 출처: Chopin institute 유튜브

쇼팽의 최애 피아노인 플레옐 피아노로 연주하면 둔탁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 겉만 보기에는 예스럽게만 생긴 그랜드 피아노인가 싶지만 현대 피아노보다 현이 가늘어서 건반 느낌도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오만가지 악기를 다 배울 수 있는 한예종에서도 못 배우지만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선 포르테피아노 수업이 따로 개설되어있다. 그러니 시대 음악 콩쿠르는 따로 개최되고 포르테피아노 전문 연주자가 있는 것이다. 보너스로 나이도 많이 드신 악기라 엄청 조심히 다뤄야 해서 전 작곡가 베토벤화 전문가인 나 같은 사람이 쳤다간 텅장도 함께 망가뜨리니 이번 생에선 포르테피아노는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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