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아 우리 친구 할까?
어릴 적, '세금'이란 단어는 낯설기만 했다.
어른들 사이 오고 가는 말속에 등장할 뿐이었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그 말은, 불만이라기보단 체념처럼 들렸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회생활 첫 월급을 받았다.
기대했던 숫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찍혔다.
설명도 없이 빠져나간 금액들.
그게 시작이었다.
열심히 저축하면 이자소득세,
투자하면 배당소득세,
부모가 되어선 증여세,
떠나고 나면 상속세.
삶의 모든 순간에,
세금은 조용히 따라붙었다.
돈을 벌든, 쓰든, 가지고만 있어도
세금은 늘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세금은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뺏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일한 만큼 남지 않는다는 허탈함,
알지도 못하는 규칙에 끌려가는 무력감.
그 모든 게 ‘세금’이라는 이름 아래 한꺼번에 몰려왔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복리로 쌓여 가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야 하는 거라면, 조금이라도 알고 내자.”
그때부터였다.
세금을 다시 보기 시작한 건.
어렵고 딱딱한 공식 같던 숫자들 속에
내가 살아온 흔적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모든 게 내가 움직였고,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는
발자국처럼 느껴졌다.
이 친구를 좀 더 알아보자
알기 시작하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세금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과 선택이
숫자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세금에 맞았다’ 거나
‘세금을 때렸다’는 식의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세금은 누가 나를 해친 게 아니다.
단지, 내가 몰랐던 세계의 규칙이었을 뿐이다.
'난생처음 세금여행'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을 준비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세금은 단순히 돈을 걷는 제도가 아니다.
그건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고,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의 기록이자, 조용한 발자국임을.
그 여정이 탈세라는 선을 넘지 않는다면
숫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숫자 너머의 나를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내가 일한 시간,
내가 내린 선택,
그리고 지켜온 무게가 담겨 있다.
세금은 여전히 날카롭고, 때로는 불편하지만
이제는 나를 지적해 주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를 지적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 결코 흔치 않은 축복이다.
'난생처음 금융여행' 저자
민이 아빠 김선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