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내텅장

월급은 내 돈이 아닌가?

예전에는

월급날이 기다려졌다.

커피 한 잔을 사도 기분 좋았고,
평소에 아껴 두었던 메뉴도
한 번쯤은 시켰다.

"오늘은 내가 쏜다"며
작은 호기로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월급날은 그냥 '날짜' 중 하나가 됐다.

기다리긴 했지만,
막상 돈이 들어와도
뭔가 해방감 같은 건 없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분명 전보다 늘었는데,

손에 남는 건
늘 부족했다.

카드값
자녀 학원비, 보험료, 대출 이자…

어떻게 된 건지,
돈은 들어오자마자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내가 번 돈인데 왜 내 돈이 아닌 거 같지?"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왜 이렇게 빠져나가는가’

보다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보기로 했다.


어떤 돈은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고,

어떤 돈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고,

어떤 돈은
우리보다 힘든

제3세계 친구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덜 허무하다.

남는 게 없어도,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아도,

그래도 나는
매달 선택을 하고 있다.

그 선택의 무게가
가끔은 버겁고,
가끔은 후회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내가 원한 방향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달 월급을
또 기다린다.



『난생처음 금융여행』

『민이 아빠와 티나코치의 세금여행』 저자
민이 아빠 김선욱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를 위해 쓰는 돈이지만, 가끔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