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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덴 Oct 05. 2021

출근길 마지막 정류장

대만 +day2 : 진과스 황금박물원구 (신베이)



진과스 황금박물원구
Jinguashih Gold Museum
2016. 12. 26


월요일 아침. 타이베이의 출근길은 서울과 달리 한산했다. 오토바이 부대가 점거한 도로는 교통체증이 없었다. 시내버스 안도 널널했다. 좌석은 만석이었지만 서서 갈 자리는 많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 안에 나도 있었다. 흔들리는 손잡이를 꼭 잡고 선채로 도심의 일상을 지켜봤다. 길 너머로 학교가 보였다. 운동장에 모인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에게서 활기를 느꼈다.

타이베이를 벗어난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몇 안되는 승객만이 버스에 남았다. 모두 진과스와 지우펀으로 가는 길이다. 낙후된 건물이 줄지은 시골마을을 지나 경사가 가파른 산골마을에 접어들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부터는 버스의 승차감이 달라졌다. 기어에 힘이 들어갔는지 수고스러운 소음을 냈다. 하차벨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완전히 멈춰 섰다. 노선의 종점 진과스에 도착한 거다.

알프스의 여름이 생각났다. 가본 적은 없지만 진과스의 첫인상이 그랬다. 눈으로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고산지대. 끝이 날렵한 산등성이가 감싸고 있는 마을. 아름다운 경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픈 역사가 읽힌다. 일제의 지배를 당하던 시절. 탄광촌인 진과스는 마을 전체가 군함도나 다름없었다. 노역에 끌려온 광부들은 일본인 관리의 감시 아래 금광을 캤다. 시커먼 탄광의 먼지와 노동을 채근하는 폭력 중에 무엇이 더 지독했을까. 남모르는 일처럼 일본인 관리의 저택은 진과스에 멀쩡히 남아있다. 일본 양식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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